중소업체들, 빌려쓴 고가 연구장비로 `대박` 맞았다

 #1.이오엔디지털필름스는 2009년 국내 대표적인 흥행 영화 ‘국가대표’에서 환상적인 스키점프 컴퓨터 그래픽(CG)을 선보였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스키 활강대와 활강 장면을 극사실적으로 합성해 까다로운 영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CG와 합성처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수백억원짜리 슈퍼컴퓨터가 활용됐다.

 #2.광통신업체인 옵토시스는 한국광기술원의 연구장비를 활용해 광케이블을 비롯한 멀티채널트랜시버 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가스캐비넷, 애폭시 다이본더 등 20억원에 달하는 광기술원 장비를 이용해 기술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또 숙련된 장비 담당자의 도움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제품 신뢰성도 높였다. 옵토시스는 이 덕분에 지난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중소기업청의 ‘연구장비공동이용지원사업’이 규모가 작은 중소업계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고가 연구장비로 인해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학·연구기관의 첨단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126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여 중이다.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장비 이용료를 최대 70%까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 받을수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150원의 예산을 들여 총 1400여개 기업을 지원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16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장비를 구매하지 않아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첨단 장비를 활용할 수 있어 신기술 개발과 매출 확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게 중소업계 전반적인 평가다.

 연구장비공동이용지원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된 전기전자 전문업체 배가텍은 잠수함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사용되는 소노부이(수중음향탐지부표) 국산화 과정에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장비를 활용해 진동·충격 등 다양한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국방부에서 요구하는 성능 및 환경 특성평가 기준을 통과하고,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실시하는 개발시험평가도 마쳤다. 현재는 해군과 제품 운용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배문희 배가텍 사장은 “제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산업기술시험원과 중기청 지원으로 제품 성능을 시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소노부이가 국산화되면 향후 연간 6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무선 통신기기 전문업체 래디오빌은 안양지식개발연구원이 보유한 시그널 제너레이터 등을 활용, 다양한 이동통신장비(X-밴드 LNB, C-밴드 2W BUC 등)를 개발했다. 신뢰성 테스트 등을 거치는 동안 제품 품질도 보다 완벽해졌다.

 광부품기업인 웰디스도 빌려 쓴 장비로 성공한 케이스다. 웰디스는 최근 한국광기술원과 광주전남중기청이 보유한 20여 공동장비를 활용해 광부품 모듈 생산 검증장비 ‘DFB LD’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올해 ‘DFB-LD’가 양산화되면 40억원대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상구 웰디스 이사는 “첨단 고가 장비를 활용해 제품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기간을 크게 줄여 출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며 “연구장비공동이용지원사업이 대기업에 비해 R&D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교 중기청 기술협력과장은 “앞으로 대학·연구기관의 참여를 확대해 중소기업이 보다 쉽고 빠르게 첨단 고가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기청 연구장비공동이용지원사업 지원 현황>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