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한반도의 `위기시계`

 태평양을 향해 달리다 멈춘 아시아 대륙의 끝 자락.

 섬나라 일본에 막힌 듯 하지만, 반도 남쪽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지형적 잇점을 가진 땅. 한반도에 ‘위기시계’가 째깍거린다.

 지난해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까지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한반도 연관 국가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게 된다. 북한이 이미 권력승계를 선언한 만큼, 의원내각제인 일본을 제외하면 한반도 6자회담 당사국 중 5개국이 새로운 수반을 맞았거나 맞게 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새 출발 의미가 더 크다. 6자 회담 카운터파트 대부분이 바뀌는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 이해관계가 등장하고 정치적 구도 역시 얽힐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을 권력 정점에 세운 북한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상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신년 연설을 통해 “우리는 6자 회담 합의를 통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라며 일단 손을 내밀었다. 감정적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주변국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측면에서 현명한 대응이다. ‘철부지’ 김정은 체제 안착을 둘러싼 불안한 정국에서 오히려 ‘형님 다운’ 진중한 대응이 값질 수 있다.

 무엇보다 6자회담 당사국들이 중국을 제외하곤 다들 자국 내부사정 해결에 더 복잡하게 꼬여있을 때 우리가 해결 주도력을 확인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20년 지기’ 중국과도 전략적으로 함께 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내 한반도 위기 해소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는 것은 하나도 안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일 수 있다. 조급함은 더딘 것만 못하다. 할 수 있는 것 까지 열심히 하고, 다음 지도자에게도 해결 과제를 넘겨주는 지혜를 기대해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