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웹페이지를 구겨 넣는다고 해서 모바일 웹페이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난해 마지막 주 ‘2012년 HTML5 혁명이 온다’라는 시리즈 기사 취재를 위해 만나본 ‘구루(전문가)’ 중 한 사람인 권정혁 KTH 팀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기존 웹페이지에서 뺄 거 조금 빼고 터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조금 추가한다고 해서 모바일 웹페이지가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권 팀장은 “이제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관점을 견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금 상황이 그렇다. 업계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5000만대 이상으로 3억6000만대 안팎으로 집계되는 PC 출하량과 1억대 가까이 차이가 났다. 트래픽도 꾸준히 늘어나,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전제 트래픽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 한 해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HTML5는 이러한 모바일 웹사이트가 기존 애플리케이션처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용한 표준이다. 앱 장터 등록-소비자 구매-수익배분이라는 지금의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구조다.
취재 뒷맛은 개운하지 못했다. “웹개발자 대부분은 아직도 플러그인 투성이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용 제작 말고는 관심이 없다”거나 “모바일 웹페이지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부수적인 서비스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기 때문이다. ‘모바일 퍼스트’론과 너무나 뒤떨어진 실정들이다. 심지어 본격적인 HTML5 인재 영입에 나섰던 김승연 인모비 대표는 “적격자가 0명 이었다”는 경험까지 털어놨다.
‘아이폰 쇼크’가 국내 모바일 시장을 강타했던 2009년, 통신업계는 “변화를 빨리 깨우치지 못했다”는 한탄에 여념이 없었다. 국내 제조사에서 스마트폰 조기 도입을 주장하다 시쳇말로 ‘팽 당한’ 전문가도 있으니,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HTML5라는 새로운 ‘쇼크’에 대비하는 지금의 자세는 그 때에 비해 얼마나 바뀌었는가. 돌아보고 대비해야 할 때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