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사용자식별모듈(USIM·유심) 이동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세대 간’ 이동을 둔 논란이다. 핵심은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에 3G 서비스 가입을 의무적으로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 방송통위원회는 LTE 스마트폰으로 3G 서비스를 제한 없이 받도록 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논의 중이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2일 LTE 서비스 개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심 이동에 대해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유심 이동은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LTE 스마트폰에 기존 3G 유심을 꽂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표 사장이 언급한 정부 정책 방향은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말한다. 이 고시에선 3G 서비스 단말기 간 유심 이동성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어떤 단말기든 자신의 유심을 꽂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아직 LTE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LTE 스마트폰에는 3G 통신칩도 내장돼 있다. 즉 LTE폰이지만 3G 서비스로 등록된 유심 사용도 기술적으로 전혀 장벽이 없는 것. 문제는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다. LG유플러스는 2세대인 리비전에서 바로 LTE 서비스로 진출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유심 공유가 불가능하다.
SK텔레콤은 자사가 공급한 LTE 스마트폰에 3G 유심을 꽂으면 사용할 수 없도록 임의로 차단해 놓은 상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LTE 스마트폰은 LTE 요금제로 최고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데다 3G 네트워크 트래픽 분산과 LTE 산업 활성화 등 전체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이동성을 차단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올해 5월 시행 예정인 ‘블랙리스트 제도’와 SK텔레콤의 이 같은 입장은 정면으로 부딪힌다. 블랙리스트 제도 핵심이 도난·분실 단말기와 국내 전파에 교란을 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단말기에 서비스를 개방하도록 돼 있다. LTE 스마트폰 공기계를 구입한 사용자가 SK텔레콤에 3G로 가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시행이 몇 개월 남은 제도에 대해 지금의 회사 방침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의무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방통위 관계자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LTE 스마트폰에 3G 서비스를 제한 없이 받도록 하는 것이 LTE 진화라는 큰 산업 물줄기를 차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내세운 ‘산업 활성화 논리’에 대한 반박이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산업 활성화라고 하더라고 소비자의 기본적인 선택권을 차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LTE 스마트폰은 3G를 지원하기 때문에 3G 스마트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와 상충되는 부분도 방통위가 ‘의무 허용’ 방향으로 의견을 굳히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