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과학기술 소통의 장 확대돼야 한다

박상대 회장
박상대 회장

 박상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sdpark@kofst.or.kr

 

‘과학자’ 라고 하면 그려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1960년대 이후 태어나 어려서부터 TV를 보며 자라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봇 만화나 공상과학영화에서 접한, 머리는 천재적으로 뛰어나지만 볼품 없는 외모에 사회성도 떨어지는 ‘괴짜 과학자’를 연상할 것이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가졌던 과학자, 발명가의 꿈을 접는 데는 과학자들이 ‘꽉 막힌 사람들’이라는 선입견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의 과학자들은 사실 이런 선입견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물론 학문의 정수가 기존의 업적을 바탕으로 혼자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제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오늘의 과학자들에게 앞서간 과학자들은 물론 동시대에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업적을 매우 효과적으로 따라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과학자들은 자신의 업적을 다른 과학자들은 물론 여기에 관심을 갖고 활용할 만한 기업이나 정부 기관, 때로는 일반 대중들에게까지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진리 탐구라는 핵심은 여전하지만, 이 핵심을 제대로 품어 키워내기 위한 밑바탕으로 끊임없는 소통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과학자들 상당수는, 학창시절부터 가장 어렵다는 수학, 과학과의 씨름은 물론,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로 토론을 하고 논문을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어려운 과정들을 거친 작은 승리자들이다. 고도로 발전된 현대사회 속에서 그 어느 곳 하나 소통이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없겠지만, 자칫 세상과 담 쌓은 괴짜 천재들의 영역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과학기술계가 사실은 고도의 소통능력을 요구하는 영역이라는 부분을 특히 미래 과학자 지망생들이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처럼 현대의 과학기술계는 그 시스템상 과학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소통역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만큼 소통에 능한 과학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좀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큰 비중을 감안해 보면, 우리 과학기술계는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훨씬 활발한 소통을 해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 자체의 내실 있는 전진을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국가적인 주요 사안들에 대한 과학자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은 더할 수 없이 중요한데, 과거 평화의 댐 건설 논란으로부터 최근의 천안함 사건 진상 논란, 4대강 사업의 실효 논란 등 국가적인 주요 쟁점들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해석과 의견이 갈리며 사회적 갈등을 증폭해 온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과학자의 양심을 걸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 과학기술계 소통 역량의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와 사회 전반에 상호 신뢰와 관용의 문화가 먼저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과학기술 통합 커뮤니티 및 메타 블로그 사이트 ‘사이언스블로그(http://scienceblog.or.kr)’를 오픈, 과학기술계의 대내외 소통에 힘을 싣고자 나섰다. 과학기술계의 소통을 위한 실로 작은 출발이지만, 훗날에는 나라와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과학기술 소통의 네트워크로 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의식 있는 여러 과학기술인들과 과학기술계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국민여러분의 꾸준한 참여와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