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찾으시나요”
천천히 한 매장 앞을 지나가는데 50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에서 헐레벌떡 주인이 달려온다. “아닙니다”하고 그냥 걸어가자 허탈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지난해 7월 5일 ‘건물진동 해프닝’이 발생한지 꼭 6개월. 4일 찾아간 강변 테크노마트는 해프닝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명의 손님을 잡기 위해 수십미터를 내달릴 정도로 상인들 심정은 절박했다.
15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유료주차장 수익이 해프닝 이전과 비교해 30%나 감소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 강변 테크노마트 공실률(빈 점포 비율)은 20%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업체들 전체 매출이 70%나 줄었다”면서 “문 닫고 나간 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사를 쓴 언론이 제일 밉다”고 했다. 오는 26일 예정된 상우회장 선거에는 아직까지 입후보자가 한 명도 없다.
신혼가전 D매장 대표는 “(진동 난 곳이)우리 건물도 아닌데 억울하다. 어떻게든 버텨봐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소형가전기기 W매장 대표는 “손님이 뚝 끊겼다. 무슨 대책이 있겠냐”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러나 테크노마트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를 재단장하고 진동 대비책도 마련키로 했다.
진동 원인으로 지목된 12층 피트니스센터에 가보니 20여명의 회원이 운동하고 있었다. 프라임 스포테크로 이름이 바뀐 이곳은 지난해 10월 전 대표가 돌연 잠적하면서 지금은 테크노마트 관리사인 프라임산업 측이 대신 운영하고 있다.
센터 중앙에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가로 세로 12미터 크기의 태보실은 지금 스트레칭이나 요가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태보처럼 집단적으로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운동은 하지 않고 있다.
40층 옥상에 올랐다. 프라임산업은 오는 8월 이곳에 레일을 깔고 50톤짜리 철판을 설치해 건물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진동을 상쇄시킬 계획이다. 레일을 타고 진동이 발생하는 지점으로 철판이 이동해 무게를 전달, 진동을 잠재우는 원리다.
프라임산업은 지난달 30일 테크노마트 관리단 총회를 열고 개점 20주년이 되는 2018년까지 테크노마트를 지금의 가전전문점에서 복합 쇼핑몰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가전, PC판매 매장 비중을 줄이고 레스토랑·웨딩숍·키즈존·가구·명품 아울렛 등을 유치해 업종을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프라임산업 관계자는 “입점업체를 포함한 내부 구성원이 협력해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노마트 진동 사태 일지>
2011년 7월 5일 오전 10시 17분 건물이 흔들린다는 주민 신고로 광진소방서 소방대원 강변 테크노마트로 출동. 광진구청 3일간 퇴거 명령
2011년 7월 6일 오세훈 서울시장 방문, 현장 점검
2011년 7월 7일 강변 테크노마트 재개장.
한국시설안전공단 정밀 안전진단 결과 이상 없다는 의견 발표. 진동 원인으로 지목된 피트니스센터 잠정 폐쇄
2011년 7월 19일 대한건축협회 진동관련 공개시험 실시.
테크노마트 이상 진동 원인이 피트니스센터 집단 뜀박질로 생긴 공진현상 때문으로 잠정 결론
2011년 8월 11일 또 흔들린다는 119신고 접수
2011년 9월 7일 대한건축학회, 2개월간 테크노마트 건물 주요 골조 정밀진단 결과 국토해양부 기준 종합평가 B등급 판정
2011년 10월 21일 테크노마트 피트니스센터 돌연 영업중지
2011년 11월 14일 피트니스센터 영업재개
2011년 12월 30일 테크노마트 관리단 총회 복합쇼핑몰 전환 의결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테크노마트 진동 사태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