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방송사가 N스크린사업을 위해 출시한 스마트폰용 TV 보기 애플리케이션(앱)이 방송통신융합시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방송사에는 전용회선 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통신사업자에는 무선망 트래픽 급증에 따른 망 과부하 문제를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양측이 상호 협의해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방송사가 N스크린 일환으로 TV 보기 앱을 내놓으면서 가입자 증가로 인한 트래픽 급증 문제가 표면화했다.
MBC는 지난달 24~25일, 30~31일까지 N스크린서비스 ‘푹(pooq)’의 고선명(HD)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일반화질(SD)로 송출했다. KT가 연말연시 데이터 폭증으로 인한 네트워크 과부하를 우려해 협조를 구함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했다. MBC는 1Mbps급 서비스를 500kbps급으로 낮춰 운영했다.
방송사 N스크린 서비스로 인한 트래픽 대란은 지난 연말부터 예견됐다. 방송사는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뉴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TV 보기 앱을 포함한 N스크린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MBC 푹을 비롯해 KBS ‘K플레이어’, SBS ‘고릴라’, CJ헬로비전 ‘티빙’, 현대HCN·판도라TV ‘에브리온TV’ 등이 나왔다.
해당 서비스는 실시간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등을 HD급 화질로 제공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청 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한다. 300만 가입자(유료 30만명)를 넘어선 티빙은 지난해 인기프로그램 ‘슈퍼스타K3’ 방영 시 동시접속자가 6만명에 달하며 순간 트래픽이 30GB를 웃돌았다.
통신사업자는 TV보기 앱이 전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의 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각종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트래픽 비중이 20~30%대로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레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사는 물론이고 무선 데이터망을 유지하는 통신사업자 모두 고민이 커졌다. 방송사 N스크린 서비스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료다.
시범서비스 수준이었던 지난해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새해 가입자가 더 늘어나면 전용회선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진다. KBS 관계자는 “6만명이 한꺼번에 접속하면 트래픽이 20GB까지 증가한다”며 “콘텐츠전송(CDN) 전용망을 쓰고 있지만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통신사업자는 망 중립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유선망에서 스마트TV 트래픽 문제가 대두된 것처럼 무선망에선 TV보기 앱이 망 중립성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TV보기 앱은 지난해 문제됐던 모바일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는 차원이 다른 트래픽을 유발한다.
새해 시행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신사업자가 직간접으로 방송사 N스크린 트래픽을 제어할 수 있는 셈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약관상으로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이용자 접속을 제어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며 “N스크린 트래픽이 늘어나는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N스크린=공통 운용체계를 가진 단말기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연속으로 이용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영화, 음악, 게임, 드라마 등을 앱스토어에서 구매해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다가 이를 TV나 스마트패드 등에서 곧바로 이어 즐길 수 있다.
<표>방송사 N스크린 서비스 현황
자료:업계 종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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