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모빌리티 ‘레이저’
茶半香初<다반향초:한결같은 원칙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
모토로라모빌리티 ‘레이저’는 세계 누적판매량 1억대를 넘긴 레이저의 후속 모델이다. 7.1㎜에 불과한 얇은 두께에 1.2㎓ 듀얼코어 CPU, 800만 화소 카메라,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담았다. 규격만 보면 최고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두께와 무게, 지원 기능을 두루 따져보면 무엇 하나 모난 곳이 없다. 그만큼 제품 균형이 잘 잡혀있다는 얘기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제품을 써보고 성능과 사용자 편의성을 살펴봤다.
◇검증 포인트
·디자인과 내구성, 기본 성능
·원격접속 모토캐스트 활용도
·사용자 편의성
◇모토로라모빌리티 측 설명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얇은 두께
·케블라 섬유와 고릴라 글라스로 높은 내구성
·PC와 원격접속이 가능한 모토캐스트
◇디자인-국내 출시 스마트폰 중 ‘가장 얇다’
`레이저 시리즈` 성공 비결은 얇은 두께가 결정타였다. 이번에 나온 레이저의 두께도 7.1㎜로 국내에 나온 스마트폰 중 가장 얇다. 모바일기기 특성상 두께가 얇을수록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점은 확실한 태생적 매력이다. 물론 7.1㎜는 가장 얇은 곳을 측정한 것이고 본체 위쪽 디지털 카메라 모듈 내장 부위는 상대적으로 두껍다. 모토로라모빌리티 측에 따르면 얇은 두께와 성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카메라 모듈이 없어 불가피한 설계였다는 설명이다.
본체 위쪽은 조금 튀어나와 있지만 PC·TV와 연결하는 USB와 HDMI 포트, LED 플래시, 스피커와 3.5㎜ 이어폰 잭 등 온갖 부품이 몰려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조건 두껍다고 보기도 어렵다. 레이저를 디자인한 인물은 한국인이다. 모토로라모빌리티의 황성걸 CXD 서울스튜디오 총괄 전무가 맡았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면서도 직선과 곡선을 적절하게 섞어 표현해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인상을 풍긴다. 황 전무는 “레이저는 금속 재질을 더해 디자인 밸런스를 맞추는 데 역점을 뒀고 한국 시장 기호를 반영해 기존 제품보다 부드러운 세련미를 강조했다”며 “카메라와 스피커 등 부품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7.1㎜ 두께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워 다양한 요소가 필요했지만 케블라 섬유로 뒷면을 감싼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레이저는 여러모로 남성미가 강하다. 색상만 해도 요즘 유행하는 화이트나 핑크는 고사하고 블랙 하나만 고집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아이콘, 폰트 디자인 등도 귀엽고 아기자기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 느낌을 풍긴다. 디자인에 정답은 없지만 여성보다는 남성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성능-높은 내구성, 비결은 방탄복 소재
레이저는 모토로라모빌리티가 국내 시장에 내놓은 두 번째 듀얼코어 스마트폰이다. 첫 제품인 ‘아트릭스’는 엔비디아 테그라2를 썼다. 반면에 레이저는 텍사스인스트루먼cm(TI)의 OMAP4430을 달았다. 모토로라는 전통적으로 TI CPU를 써왔는데 아트릭스로 잠시 엔비디아에 곁눈질을 했다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OMAP4430은 듀얼코어에 클록은 1.2㎓ 성능을 낸다. 내부에는 이매지네이션 파워VR SGX540을 GPU로 달았다. 이 정도 사양이면 중상위급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레이저의 가장 큰 특징은 케블라 섬유와 고릴라 글라스를 적극 이용했다는 것이다. 케블라 섬유는 강도와 탄성은 물론이고 진동 흡수력이 뛰어나 방탄조끼나 방탄헬멧, 테니스 라켓,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케블라 섬유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것은 레이저가 처음이다. 고릴라 글라스도 케블라 섬유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일반 유리보다 강도가 높고 무엇보다 긁힘에 무척 강하다. 요즘 나온 강화유리를 단 스마트폰 대부분이 고릴라 글라스를 쓸 만큼 신뢰도도 높다. 이런 특징 덕에 레이저는 한마디로 ‘탱크주의’ 스마트폰이라고 할 만하다. 실제로 힘껏 본체를 뒤틀어도 삐거덕 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배터리를 내장형으로 설계한 것도 한몫한다. 배터리를 탈착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는 반드시 덮개가 필요하다. 문제는 덮개 자체가 본체에 틈을 만들어 이물질이 끼거나 강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단점도 당연히 있다. 말 그대로 내장형인 탓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어 전원이 다하면 보조 배터리를 써야 한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레이저는 내장형 배터리를 써서 본체 두께를 줄이고 내구성을 극대화하는 쪽을 택했다. 내구성을 알아보려고 옷핀으로 뒷면을 긁어봤지만 흠집 하나 발생하지 않았다. 뒷면 재질을 우레탄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마트폰은 손쉽게 미세한 긁힘 자국이 남는다. 물론 작정하고 힘껏 긁으면 레이저에도 어쩔 수 없이 흠집이 나겠지만 다른 제품보다는 긁힘이 덜하다.
다음은 화면. 레이저는 4.3인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디스플레이에 해상도는 qHD(960×540)를 지원한다. HD 해상도(1280×720)를 내세운 스마트폰이 시장에 제법 나온 판이니 레이저의 디스플레이 성능을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AM OLED 특유의 색 재현력과 빠른 응답속도, 야외 시인성, 시야각 같은 특징은 흠잡을 구석이 없다. 이 정도면 일반 용도에는 부족할 게 없다.
◇기술-외부에서도 집안 PC에 담아둔 동영상 본다
레이저는 단순히 사양만 내세운 스마트폰이 아니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레이저를 일종의 개인용 클라우드 콘텐츠 단말기로 활용하는 ‘모토캐스트’ 서비스를 접목했다. 모토캐스트는 PC에 저장해둔 콘텐츠, 그러니까 사진이나 음악, 동영상을 스마트폰에서 원격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서울 사무실 PC에 저장한 콘텐츠를 부산에서 레이저로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모토캐스트는 기존 모토블러 계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모토캐스트를 이용하려면 PC에도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지만 활용도를 감안하면 자잘한 번거로움이다. 다만 윈도 원격 데스크톱이나 가상화 소프트웨어처럼 PC 자체를 조작할 수는 없다. 순수하게 콘텐츠만 이용 가능하다.
레이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동영상 재생 능력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에 걸맞게 동영상 재생 능력도 따져봐야 할 요소가 됐다. 레이저는 기본 제공 플레이어로 MP4와 AVI, WMV, MPEG 등 웬만한 동영상 포맷은 변환 없이 곧바로 재생할 수 있다. 재생이 안 되는 동영상 포맷은 MX 플레이어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대부분 재생할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 성능은 어떨까. 첫 장 촬영 속도는 2초 정도고 이후부터는 1초마다 한 장씩 찍을 수 있다. 자동초점(AF) 속도도 무난하다. 이 정도면 평균 수준이다. 다만 촬영을 하려면 무조건 터치스크린 화면을 눌러야 하고 디지털 줌 조작은 다소 불편하다. 별도 촬영 버튼을 마련했다면 더 좋았을 듯싶다.
◇eBuzz 총평-茶半香初
레이저는 잘 만든 스마트폰이다. 전작의 인기 비결이던 얇은 두께를 잘 살렸다. 케블라 섬유와 고릴라 글라스로 끌어낸 내구성은 일품이다. 디스플레이가 HD를 지원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모토캐스트를 활용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와 깔끔한 동영상 재생 능력 역시 인상적이다. LTE 모델까지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판매하는 레이저는 3G만 지원한다. LTE 시장이 이제 갓 시작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레이저 LTE 버전 등장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레이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반향초(茶半香初)다. 차를 마시고 반나절이 지났지만 향이 처음과 같다는 뜻이다. 한결같은 원칙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거 레이저가 그랬듯 신형 레이저도 동급 제품 가운데 손꼽히는 얇은 두께를 내세웠다. 두께는 줄이면서 얇은 두께 탓에 생길 수 있는 내구성을 보완한 점도 마음에 든다. 욕심이지만 기왕 내구성을 높이겠다고 마음먹은 설계였다면 생활방수까지 넣었다면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모토토라모빌리티 레이저 스펙
CPU듀얼코어 1.2㎓
메모리1GB DDR2
플래시 메모리32GB
디스플레이4.3인치(960×540)
운용체계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네트워크3G·와이파이·블루투스
배터리리튬이온 1780㎃h
크기131×69.8×7.1㎜
무게127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