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발 경제 위기로 시작한 세계 경제위기는 우리 태양광산업에 직격탄이 됐다.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기업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을 늘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내수시장을 창출해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 연구개발 예산과 내수시장이 취약한 우리 태양광산업으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뭔가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태양광산업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며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방산업처럼 국가 전략적 의미를 부여해야 하며 이를 살리고 키우려는 국가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자국 태양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EU국의 하나이며, 올해 세계 최대시장인 이탈리아 역시 EU산 모듈에 10%의 프리미엄을 주고 있다. 일본도 자국 태양광산업을 살리고 원자력사고로 인한 전력난 해소 대책으로 대대적인 태양광발전 보급에 나서는 한편, 정부차원의 태양광발전 수출전략에 나섰다.
수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지난해 태양광모듈 가격 하락으로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시장은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주택용 중심의 유럽시장이 정체된 반면, 대형 태양광발전소 중심의 미국·중국·인도 등 새로운 시장의 성장은 우리에게 남의 일이었다. 우리도 모듈만 팔던 방식에서 벗어나 발전소 건설 사업에 뛰어 들어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도와야 한다. 발전소 건설은 정부 대 정부(G2G) 교섭이 필수다.
이제 태양광 모듈 가격이 1와트당 1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중유발전이나 가스발전에 비해 태양광발전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 중유발전이나 가스발전은 태양광발전과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이 가능하다. 상호 보완적으로 궁합이 잘 맞다. 중유발전과 가스발전을 대체하거나 상호 보완재로 태양광발전을 선택하는 나라와 지역이 많아졌다. 중동·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태양광발전 시장이 넓어졌다. 우리는 이들 시장을 전략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행정은 우리 인식과는 너무나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가 탈 원자력발전으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의 구세주가 되려는 양 원자력발전의 추가건설 및 연구개발 전략 등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 데 여념이 없다. 현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발전보다 원자력발전을 더 강조하고 관련 정책과 예산을 집중함으로써 녹색성장 국정 어젠다는 원자력발전을 위한 어젠다가 돼 버렸다. 고유가와 기후변화의 지구적 과제를 원자력발전으로 해결하겠다는 우리나라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태양광산업과 풍력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그 어떤 획기적 진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행정은 장관이나 차관 소신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정 우선순위와 국민적 공감대가 함께 할 때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독일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녹색당이 활발하게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고 국민의 정책적 지지의사가 비용지불의사로 확인될 때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은 국가적으로 현실화가 가능하다.
올해는 선거의 해다. 올해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정치적 역량을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살리기 위해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새해에 신재생에너지가 용의 해를 맞아 승천하는냐, 이무기로 전락하느냐는 신재생에너지 정책환경을 바꿀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이성호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eesungho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