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TV’로 촉발한 기획형 PB(Private Brand) 상품 열풍이 다른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통채널도 제조사와의 관계에 민감한 가전전문 양판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한국레노버와 기획해 만든 노트북(G575-1230) 제품을 6일부터 46만9000원에 독점 판매한다. 전자랜드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39만원대에 노트북을 구입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넷북 가격이지만 15.6인치형 HD LED 화면을 제공하고 하드디스크 500기가를 탑재했다. CPU는 AMD 제품을 넣었다. 소프트한 키감의 독립형 패블 키보드를 장착했다.
똑같은 제품은 아니지만 유사 사양 대기업 노트북이 70만~80만원대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전국 전자랜드 매장에서 1500대 수량을 우선 한정 판매한다.
최근 가격을 무기로 유통사와 중소기업이 협업해 내놓는 기획형 PB 제품이 TV를 넘어 다른 제품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인터넷쇼핑몰·홈쇼핑에 이어 오프라인 전자제품 매장이 반값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찬수 전자랜드 이사는 “전자랜드는 이 노트북을 시작으로 TV와 데스크톱, 프린터 등에서 우수 제품을 발굴 기획해 PB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라며 “가능하다면 냉장고, 세탁기에서도 반값 제품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2012년 초입부터 각 유통사 자체브랜드 저가상품 경쟁이 뜨겁다.
TV를 넘어 노트북·데스크톱PC, 프린터 등으로 제품군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대형마트가 ‘반값 TV’ 마케팅에 성공한 이후 GS샵(홈쇼핑)과 옥션·11번가(오픈마켓)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양판점인 전자랜드도 유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외에도 다수의 대형 유통사가 기획형 가전 PB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점과 중소 제조사가 직접 연계하면서 마케팅·유통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여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유통사-중소제조사 연계 제품군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올해 중점 사업방향 가운데 하나로 ‘PB’ 확대를 들고 나왔다.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TV나 PC는 여러 판매 아이템 가운데 일부다. 고객을 유인하는 상품역할만 해도 된다. 하지만 전자랜드 같은 가전 전문판매점에서는 TV나 노트북은 주력사업군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제조사와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계는 국내 가전유통 25%가량을 차지하는 하이마트의 PB사업 진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웠다. 하이마트는 일단 가격을 무기로 한 PB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여러 유통사들이 반값 경쟁에 뛰어들면서 과열에 대한 우려도 일부 나오기 시작한다. 보급형 TV의 인기는 국내 지상파 방송 디지털전환을 이슈로 한다. 일본에서도 디지털전환 시점에 저가TV가 많이 팔리다 갑작스럽게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생산능력을 키워놓은 중소 제조사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특히 중소 제조사가 대형 유통전문회사에 과도하게 종속되면 지속적 이윤축소 요구와 조기납품 압박을 꾸준히 견뎌야 한다는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