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사가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정치적 변수가 많아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을 뒤엎는 것이다. 실제로 선두 그룹사를 중심으로 투자를 대폭 늘리거나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새해 경영계획을 확정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해외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K 대폭 확대=삼성그룹은 2011년 36조5000억원, 2011년 43조1000억원에 이어 새해 5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어난 채용규모와 연구개발(R&D) 투자도 새해 증가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도 그룹 내부 변수 속에서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3조4000억원에 달하는 하이닉스 인수를 비롯해 R&D, 자원개발 투자, 채용규모 모두 크게 늘어났다.
현대자동차그룹, GS그룹은 해외사업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새해 투자계획을 늘려 잡았다.
LG그룹 투자는 전년 21조원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 분야 대규모 투자가 지난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LG그룹은 스마트폰, 2차전지, 유리기판 부문 투자를 늘린다.
◇어려울 때 공격 경영=산업분야와 무관하게 재계 1~3위 그룹인 삼성·현대차·SK는 새해 공격경영 기조를 수립했다. 해외 경제전망이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로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경영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연구개발도 많이 할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도록 취업자리도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내외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국가 경제가 강해진다”며 “위기상황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적극적인 경영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D를 강화하고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도 연장선상이다. 기업 경쟁력 원천인 신기술과 인재 확보에 힘을 더해 안갯속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LG그룹이 전체 투자 규모 축소에도 유망 신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열사 LG전자는 스마트폰 경쟁력 만회를 위해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차세대 통신서비스 롱텀에벌루션(LTE) 투자 속도를 1위 사업자보다 빠르게 높이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은 변수=관건은 새해 국내외 경제의 기조다. 경제 전문가 대부분은 새해 경기 전망을 중립적 혹은 보수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 그룹사가 의도한 대로 투자 확대에 따라 실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긍정적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 기존 투자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수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각 그룹사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외 여건을 떠나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며 “대형 그룹사 투자 확대가 국내 경제에 일부 상승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전제 조건은 이들 그룹의 투자가 실제 계획대로 집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그룹 2012년 투자계획> ※자료:각 사 및 업계(삼성, LG는 추정치)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SK 투자 발표 계기로 들여다본 재계 투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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