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壬辰)년 흑룡의 해다. 모두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들뜬 분위기다. 하지만 흑룡이 길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강하고 위협적이며 시대적으로는 난세를 뜻하기도 한다. 1592년 임진왜란이 대표적이다. 1952년에는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올해 에너지 업계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올 한해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흑룡도 강한 기운으로 난세를 이겨낸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최대 시장인 유럽 재정위기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기업 재고 부담이 커졌다. 여전히 높은 발전 비용은 올해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 이외 새로운 수요시장이 창출되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후변화 분야는 일본·러시아·캐나다의 교토의정서 2기 불참 선언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이들 세 개 국가가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탈퇴하면 2013년부터는 60%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국들을 규제할 수단이 없다. 국내에서는 배출권거래제법 제정을 두고 산업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성과도 있다. 지난해 12월 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7)에서는 교토의정서 체제 연장에 합의했다.
전력 분야는 공급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지난해 두 번의 대규모 정전 사고를 겪은 터라 부담감은 더하다. 그렇다고 발전소를 무조건 짓는 게 능사는 아니다. 민원과 환경오염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반면 민간 사업자의 참여는 긍정적이다. 환경오염에 의한 발전소 건설 허가 문제는 친환경 발전소로 극복할 수 있다.
추진 동력이 약해진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지난해 9·15 정전사태로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도 법·제도적 인프라와 시장창출 기반은 마련했다고 본다. 올해는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 발표와 실증단지를 넘어선 거점지구 발표로 새로운 먹을거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석유 및 가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진정됐던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고 자원 고갈이라는 부담도 늘 안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사용 규제도 계속이다. 그러나 실제 공급량 부족에 따른 위기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해결만 되면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을 전망이다. 기후변화 규제를 넘어서기 위한 기술도 속속 등장한다.
자원 분야는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부담이 상존한다. 소위 노른자위는 이미 개발했다. 더 깊숙이 숨어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경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소위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자원개발 기술 확보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시장은 새해 상반기까지 침체가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재고가 여전히 많고 유럽 재정위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체 장기화는 새로운 수요시장 창출로 이어져 유럽 이외에 미국·중국 등지에서 활발한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새해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매물로 나온 강소기업을 인수해 단숨에 설비용량을 늘리거나, 결정질 대신 박막 등 새로운 분야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는 기업도 생겨날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살아남기’에 성공해야 한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활발한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저원가·고효율 기술 실현을 위한 연구개발(R&D)이 중요한 이유다.
유럽 재정위기로 풍력 시장도 불황이 예상되지만, 국내 업체들이 역점 추진하는 해상풍력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 주요 풍력업체들은 5~7㎿급 대용량 해상용 풍력발전기를 개발 중이며, 일부 업체는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2012년 본격화하는 정부 서해안 2.5GW 프로젝트는 국내 해상풍력 사업 성공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연료전지 부문은 해외 진출 러시가 예상된다. 포스코파워 등이 발전용 연료전지 수출을 이어가는 한편, 가정용 연료전지 업체들도 국내 보급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사례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기후변화 분야는 국제적으로 교토의정서 연장과 신기후변화체제 구축을 위한 선진국-개도국 간 갈등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강화와 배출권거래제법 제정 관련 정부와 산업계의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COP17에서 EU를 중심으로 교토의정서체제 연장에 합의 했지만, 일본·러시아·캐나다가 교토의정서 2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오는 5월까지 진행할 추가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들 세 개 나라가 교토의정서체제에서 완전히 탈퇴하면 미국과 중국 등 개도국을 포함해 약 60%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2013년부터 강제 규제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올해에는 또 2020년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신기후변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는 신기후변화체제에서 의무감축국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배출권거래제법 제정을 두고 산업계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13일까지인 1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기후특위 전체회의 통과와 법사위 심사를 진행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의결을 통과해 법 제정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력=올해 전력부문 최대 화두는 안정적인 공급력 확보다. 지난해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 이후 정부와 전력 업계는 중장기 전력수급 안정화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
핵심은 발전설비 확충과 송변전 설비 신뢰성 확보다. 발전설비 분야는 그동안 환경단체와 정부 감축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설비계획 부족분을 메꾸는 게 숙제다. 정부는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그동안 방영하지 못한 발전계획을 포함시켜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전력공급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STX에너지·동부발전이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진출하는 등 민간사업자의 기저발전 참여도 긍정적이다.
매번 발전소 건설 사업의 발목을 잡아왔던 님비현상은 친환경 발전소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발전회사들은 탈황·탈질 설비와 함께 발전효율을 높여 공해물질 배출을 최소화 하고 있다. 석탄재 처리장도 지하에 매장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송변전 설비는 포화상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 전력산업을 위협할 주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송변전 설비는 발전소와 달리 중장기 관리체계가 없다. 정부는 송변전 설비도 발전소와 같이 계획 및 관리체계를 만들어 발전소 신축과 보조를 맞춰갈 계획이다.
해외사업은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한전은 지분투자 방식을 경영권 확보로 전환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 발전회사들도 연료수급 차원에서 해외 유연탄광을 확보해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스마트그리드=한국형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는 먹을거리 산업 창출이 관건이다. 법·제도적 인프라와 제주실증사업 등을 통해 시장창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력망 고도화 측면에서 발전해 온 스마트그리드가 지난 9·15 정전사태로 일반 대중에게도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올 1분기 내 발표한다. 기본계획에는 전기차·수요반응(DR)·에너지저장장치(ESS)·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 지원 내용을 담았다.
기업의 최대 관심은 거점지구 사업이다. 정부는 거점지구 지정 절차 및 추진계획을 수립 중이며 연내 5개(예정)개 군·도시를 선정한다. 정부는 2013년 5월 완료 예정인 스마트그리드 시범 보급사업을 거점지구 지정으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거점지구는 실증단지에서 한층 진화한 개념이다. 경쟁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이 실현돼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적을 제공한다.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장은 “실제 기업들이 목말라하는 수익 창출을 위해 민관 협의체를 통해 사업모델을 도출하고 민관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데도 집중하겠다”며 “원격검침인프라(AMI)·가정 내 표시장치(IHD)·ESS 보급 사업으로 스마트그리드 혜택을 대중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 및 가스=올해도 가격 안정이 목표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가격 안정은 국민이나 기업·정부 모두가 원하는 바다.
올해는 연초부터 가격 안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탓이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원유는 우리나라가 이란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9.6%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영향이 크다. 정치적 문제 특성상 오히려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시장 상황은 올 한해 가격 경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알뜰주유소 등장 때문이다. 예상보다는 작지만 주변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국내 가격경쟁을 피해 해외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수익성이 높은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NG와 LPG 가격 상승세도 원유처럼 외부 요인인 만큼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LNG와 LPG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LNG는 경제성이 있는 곳 위주로 보급되며 LPG는 LNG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고 비상용 연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물론 정부 지원이 뒤따를 예정이다.
◇자원=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자원업계는 유망 프로젝트 추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지구촌에 불어 닥친 위기가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또한 석유공사 대형화 등 자원개발기업 덩치 불리기를 지속하는 동시에 탐사사업 등에도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그동안 자원개발 선진국에 비해 뒤쳐지는 것으로 지적된 자원개발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R&D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자원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셰일 가스 등 비전통자원 개발 분야 기술을 비롯해 탐사-개발-생산 전 분야에 걸친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희토류 등 주요 희소금속 제련 및 고부가가치 소재화 기술 확보도 추진할 예정이다.
변종립 지경부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기간이 길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정부 또한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있다”며 “자원개발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금융, 관련 법 등 서비스 산업 분야 인력 양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에너지 · 자원 · 기후변화](https://img.etnews.com/photonews/1201/230867_20120106110951_517_000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