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3시장 프리보드 전철 밟지 말아야

 프리보드 시장이 연초부터 사면초가에 놓였다. 기대했던 시장 활성화 대책은 커녕 오히려 중소기업을 위한 제3시장 개설이 대통령 새해 업무보고 내용으로 올라오면서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프리보드 시장은 2000년 3월 27일 한국증권업협회가 장외주식호가중개시장인 제3 시장으로 개설, 2005년 ‘프리보드’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2009년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출범하면서 프리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프리보드 시장은 부실기업 시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투자자와 기업이 모두 외면하는 시장으로 전락했다. 새해 거래소에 제3 시장이 개설되면 그 역할을 모두 넘겨줘야할 판이다. 12년 세월 동안 벤처 활성화라는 목표를 실행하지 못하고 간판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금융투자협회가 프리보드를 맡을 때만해도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기대는 좌절과 무관심으로 바뀌었다. 배경에는 제도적 허점과 미숙한 운영에 있다. 협회의 소극적 태도에 시장은 코스닥 시장 퇴출기업 장으로 변했고 시장 자율이란 미명 아래 리스크만 높은 시장으로 전락한 결과다.

 올 하반기에 문을 열 제3 시장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금회수에 애로를 호소하는 벤처캐피털에 분명한 호재다. 하지만 제도적인 허점이 너무 많다. 일반 투자자가 투자할 수 없는 증시전문가를 위한 시장으로 시작하다보니 공모의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증권사나 운용사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으로선 믿었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자금회수를 기대했던 벤처캐피털도 마찬가지다. 일반인 공모 없이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처럼 경쟁매매 방식이지만 수급에 한계가 눈에 보인다.

 제3 시장 개설은 중소기업 자금 조달과 벤처의 선순환 구조 마련에 좋은 기회다. 철저한 제도 마련과 적극적인 운영이 없다면 제3 시장 역시 제2의 프리보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