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화가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김병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52)은 “만화는 영화·뮤지컬·출판 등 문화산업에 원작을 제공하는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대표적 뿌리산업이지만 그동안 영화 및 게임과 달리 법적 근거가 없었다”면서 “이제 만화는 분명히 제9, 제10의 장르로 실체를 인정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만화산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인 ‘만화진흥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의 골자는 만화 유통 활성화 지원과 해외 수출을 통한 한류상품화다. 김 원장은 “지난 2년여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 만화가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 법안을 위해 뛰어준 여러 국회의원들에게 함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제2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과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월부터 만화영상진흥원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번 법률 제정을 계기로 격변기를 맞고 있는 국내 만화산업 활성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국내 만화시장은 출판만화를 주축으로 연간 약 7000억원 규모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만화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무료 웹툰이 인기를 끌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유료화가 진행 중이다. 네이버에서 화제가 됐던 ‘낢이 사는 이야기’는 책으로 출간, 웹툰이 오프라인 서적으로 재탄생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김 원장은 전자책 등 스마트기기용 만화제작과 기획 등에 대한 교육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디지털북의 성장과 달리 출판만화 및 만화잡지 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면서 “웹툰과 모바일을 통해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교육시스템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만화는 소설과 함께 앞으로 전자책(e북)의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원장은 국내 작가들이 그린 만화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공정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2013년까지 전용 유통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작가들의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영화는 저작권 단속이 강화되고 있고 굿다운로드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에 만화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공짜 만화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만화 기반의 한류를 창출하는 사업도 그의 구상 중 하나다. 김 원장은 “유럽, 아시아, 미국, 브라질 등 현지 시장의 출판 특징, 트렌드 및 현지인들의 독서문화를 고려한 만화상품을 기획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출판 전문가들과 국내 만화가들이 한식과 동의보감 등 우리 고유 문화를 소재로 한 만화를 함께 출간할 날이 머지 않았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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