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 운동을 제한한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작년 10월 서울 등에서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서 트위터 선거전이 화제가 됐던 걸 기억할 거예요.
인터넷은 이미 여론을 형성하고 의견을 전파하는 중요한 공론장이 됐습니다.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물론 왜곡된 정보에 대한 자정 작업도 있어야겠죠.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해라 인터넷에서 선거와 정치 얘기가 더욱 뜨거울 전망입니다.
Q:헌법재판소 판결 내용은 무엇인가요?
A:트위터 등 SNS를 통한 선거 운동을 제한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선거법 93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거일 180일 전부터 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천 또는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모두 선거 운동 도구가 될 수 있는 매체들인데요, 지금까지 선거관리위원회는 트위터를 이 조항에 규정된 ‘이와 유사한 것’으로 분류해 선거 기간 중 사용을 제한해 왔습니다. 선거 6개월 전부터는 트위터에 ‘아무개를 찍어주세요’ ‘아무개가 우리 지역을 바꿀 것입니다’ 등의 글을 올리거나 이를 리트윗하면 불법이었던 것이죠.
헌법재판소는 93조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진 않았지만, 트위터 같은 SNS가 이 조항이 금지하는 사항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법조문 자체가 아니라, 그 해석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린 건데요, 이를 ‘한정 위헌’이라고 합니다.
Q:위헌 판결 이유는 무엇인가요?
A: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적 의사 표시를 제한하는 것이 선거 운동이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입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 과정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 표시를 할 수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적 표현은 ‘허용을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하는데, 현행법은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거죠.
93조 취지는 경제력에 상관없이 공정한 선거 운동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인데, 인터넷은 이 같은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매체란 점도 고려했습니다. 포스터나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이 유리합니다. 반면에 인터넷은 누구나 비용 없이 자기 의견을 널리 알릴 수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을 규제하는 건 경제력에 따른 정치 참여 차별을 막으려는 법 취지에 도리어 어긋난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인터넷과 SNS에서 일어나는 일을 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Q:그럼 이제 인터넷으로 마음대로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가요?
A:인터넷에서 정치적 의사 표시를 가로막는 제약이 상당 부분 사라졌습니다. 선관위도 그간 적용했던 트위터 관련 가이드라인을 더이상 적용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다만 선거법엔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한 사전 선거 운동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관련 조항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관위는 아예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움직임은 점점 힘을 잃어갈 전망입니다. 정부는 댓글을 달기 위해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인터넷 실명제도 폐지하기로 했죠.
이제 인터넷에서 흑색선전이나 허위 사실, 유언비어 등의 확산을 막는 것은 우리들 몫이 됐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많아진 만큼 냉철한 이성으로 정보의 가치를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하겠습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과학기술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