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업·기술이전에 지원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을 확대한다. 또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과 대학의 창업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등 새해 과학기술 정책에도 창업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사실상 출연연 칸막이가 사라지는 원년인 만큼 과학기술 전반의 ‘융합’도 강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업무 계획을 보고받고, 과학기술인을 위한 연구환경 개선, 창업 지원 확대 등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처 업무보고를 마무리하면서 오전 일정을 전부 과학기술인들에게 할애했다. 새해 업무보고 마침표를 과학기술계와 함께 찍은 것은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 의지를 담은 행보로 풀이된다.
◇창업 지원 예산 확대= 우선 정부 R&D 예산 중 창업·기술이전 지원 비중을 2011년 1.7% 수준에서 2015년까지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금액으로는 2529억원에서 대략 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창업·기술이전 지원금은 출연연의 연구결과를 활용한 창업이나 연구결과 기술이전 활성화에 사용된다.
그동안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 가운데 시장으로 이전되는 기술은 33.1%에 불과했다. 정부는 기술사업화에 지원되는 정부 R&D 자금을 늘려 개발된 기술이 창업이나 중소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또 대학의 지주회사나 산학협력단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산학연 전체 차원에서 창업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출연연이 사용하는 묶음예산의 5% 이상을 이 같은 기술창업 지원에 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한 번 협약으로 3년간 연구할 수 있게=안정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정부 연구비를 매년 협약을 거쳐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도전적 기초연구에는 ‘그랜트 방식’을 도입, 한 번의 협약으로 3년간 연구비를 지원한다.
또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로 출연연 19곳을 ‘국가연구개발원’ 단일법인으로 통합해 국과위 산하에 배치하기로 했다. 범부처 대형 중장기 연구 프로젝트 ‘창조도약 2020’은 국민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모해 △초일류 신제품 △세계 최고 원천기술 △공공복지 기술 등 분야에서 연구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과학기술도 융합이 대세=이 대통령은 이어 가진 과학기술인 신년 인사회에서 ‘과학기술 융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옆을 볼 겨를 없이 경쟁하고, 융합하기보다는 각자 뛴 사회였는데 이제는 융합해야할 시대”라며 “과연 한국 사람이 융합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고, 당면한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자들의 융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10년, 20년 후에 후퇴하지 않고 앞서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신년인사회에 4년 연속 참여한 곳이 몇 군데 안 된다. 자진해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윤대원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