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새해 삼성전자 모바일·스마트기기 소프트웨어를 끌고 갈 인재 면면을 보면 삼성의 SW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 옛 소프트웨어(SW)센터 출신 임원 중심의 ‘플랫폼·원천기술’ 선행 개발과 외부 출신이 이끌고 있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의 ‘서비스·콘텐츠’ 개발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끌고 나갈 전망이다.
지난 연말 무선사업부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승환 선행개발팀장은 삼성전자 모바일 플랫폼 개발 1세대다. 옛 SW센터 출신인 조 부사장은 삼성의 첫 모바일 플랫폼인 ‘모카(MOCHA)’ 개발을 총괄한 인물. 모카는 유럽 3G 네트워크인 UMTS용 단말기에 대거 탑재됐다. 이후 모카는 삼성핸드세트플랫폼(SHP)으로 진화해 10여년간 삼성 피처폰 주력 플랫폼 역할을 했다.
작년 하반기 100여명 바다 운용체계(OS)개발팀과 함께 무선사업부로 옮겨 온 홍준성 상무도 SW센터 모카개발팀 출신이다. 바다 OS의 산파역이나 다름없는 홍 상무는 이후 미국 현지 인력과 함께 ‘오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바다 OS의 골격이 나왔다. VD사업부 개발팀장인 이효건 전무 역시 SW센터 출신이다. 이 전무가 스마트TV 개발을 총괄하는 것은 그만큼 플랫폼 경쟁력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장으로 승진하며 주목을 받은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은 삼성 스마트폰 경쟁력의 원천인 ‘복합단말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복합단말 프로젝트는 팜OS나 심비안 등 외부 플랫폼을 삼성전자 단말기에 이식하는 연구로, 이 사장과 함께 호흡을 맞추던 프로젝트 인력들이 안드로이드 플랫폼 적용에 조기 투입돼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피처폰에 비해 4~5배의 개발비가 투입되면서도 매출은 10분의 1도 거두지 못했지만 인력 조정 없이 꾸준히 밀어붙인 것이 갤럭시 시리즈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세트 관련 사업부에 배치된 이들 임원은 스마트폰·TV 플랫폼 개발과 최적화를 이끌어나갈 전망이다.
콘텐츠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MSC는 삼성전자 SW ‘외인구단’이다. 센터장인 이호수 부사장은 미국 IBM왓슨연구소장 출신이다. 2009년 합류한 강태진 전무, 박재현 상무는 벤처기업인 한컴씽크프리에서 왔다.
이들은 삼성앱스와 모바일메신저 ‘챗온’, 올해 초 모습을 드러낼 광고플랫폼 ‘애드허브’ 등을 개발했다. 전자책 솔루션인 ‘리더스 허브’를 총괄하는 박동욱 상무는 오버추어코리아 창립 멤버 출신이다. 또 지난해에는 모바일웹 서비스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이상열 전 KT 상무도 MSC에 합류해 서비스 기획에 투입됐다. 연말 영입된 데이비드 은 전 구글 부사장은 최지성 CEO 보좌역을 거친 뒤 ‘MSC 아메리카’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SW센터 출신으로 주로 세트사업부에 포진된 인력과 MSC의 외부 충원 임원이 미묘한 경쟁의식도 가지고 있다”며 “장비 수급이나 부품 개발, 서비스 기획 등에 있어 항상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가며 비교우위를 평가하는 삼성전자 방식이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호 DMC 연구소장이 센터장을 맡으며 부활한 SW센터는 예전처럼 각 사업부에 배치될 소프트웨어 인재 산실 역할을 할 전망이 크다. 당장 주어진 개발미션보다 S직군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 중장기적 비전을 위해 재건됐다는 분석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