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통신망 기술선정이 검증절차를 다시 밟는다. 기존 결과를 참고로 기술적합성,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사실상 원점에서 논의를 새롭게 시작한다.
8일 행정안전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한국전자파학회와 재난망 연구용역계약을 맺었다. 연구는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업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한 외부전문가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의 핵심은 상용망 이용에 대한 타당성 검토다. 행안부는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검증결과를 토대로 재난망을 와이브로 혹은 테트라 자가망으로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후 방통위·통신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자가망 구축에 따른 주파수 할당이 어렵고, 사업자들이 이미 구축해 놓은 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최대 1조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통합망 사업에 따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급기야 통신사업자연합회가 상용망 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행안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재난망 사업을 포괄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영향권에 있는 한국전자파학회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송석두 행안부 재난안전관리관은 “통신업계, 방통위, 학계 등 전문성을 가진 여러 주체를 참여시켜 가장 적합한 안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며 “논란이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행안부 및 정부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논의가 자가망을 벗어남에 따라 재난망 기술이 상용망 혹은 상용·자가망 복합방식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공이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넘어가는 모양새로 특히 상용망이 구축방안에 포함되면 업무 중 일부가 방통위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상용망으로 결정되면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재난망 사업을 핸들링해야 한다”며 이관 가능성을 내비쳤다.
방통위 역시 일부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접속료 등 상용 통신망을 쓰는데 따른 업무는 방통위가 하는 것이 맞다”며 “매뉴얼 같은 재난대응 시스템 마련은 행안부가, 통신 구축이나 운용은 방통위가 담당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역시 이를 계기로 상용망 이용에 따른 보다 구체적인 안을 요구 받을 전망이다.
재난망 사업에 참여중인 업체 한 관계자는 “(업계가)단순 의견개진을 넘어 상용망 이용에 따른 효과와 보안 등 기술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이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상용망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주장만 반복하면 사업이 또다시 고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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