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31년 만에 무역 적자로 전락했다. 국가 손익 전체를 의미하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높아졌다. 흑자 국가 대명사였던 일본의 살림살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9일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일본은 지난해 11월까지 2조3000억엔에 달하는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12월 무역수지도 개선되지 않아 연간 적자가 확실하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는 2차 오일쇼크 영향을 받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가장 큰 원인은 환율과 에너지 수입 증가다. 기록적 엔고 현상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출이 크게 줄었다. 반면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화력발전 비중이 늘면서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급증했다.
무역 적자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원전 가동률은 지진 이후 올라갈 가능성이 낮아 화력발전 의존이 불가피하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일본의 수출이 늘어날 여지도 적다.
고이즈미 정권 시기인 2005년 4월 일본 정부는 2030년께 무역 적자를 예견했지만 그 시기가 20년 가까이 앞당겨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도 배당이나 이자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이 많아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는 ‘성숙 채권국’이 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었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할 지경에 처했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 성과인 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득수지 흑자는 2007년 16조3000억엔까지 올라갔지만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0년 11조7000억엔까지 떨어졌다. 수출과 해외 투자 이익이 모두 줄어든 셈이다.
간노 마사아키 JP모건증권 수석연구원은 “2015년 일본의 무역 적자는 14조3000억엔까지 늘어나고 소득수지 흑자는 14조8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만년 적자인 서비스 수지를 감안하면 2015년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는 예측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