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기대작 ‘디아블로3’ 등급분류가 한 달째 표류하면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한 차례 자료 보완 요청으로 연기됐던 등급분류가 정확한 사유 없이 무기한 연기되자 이용자 및 업계 전반의 빈축을 사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12월 3일 디아블로3 정식버전 게임 심의를 신청했다. 게임위는 자체적으로 자료를 검토한 이주일 뒤인 16일 블리자드에 정식으로 연기 통보와 함께 자료 보완을 요청했다. 당시 사유는 구현되지 않은 디아블로3의 환전 시스템에 대한 보완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달라는 것. 22일 블리자드는 현재 국내 결제사업자 선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화 기능을 제외한 수정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게임위는 일주일에 두 차례 등급분류회의를 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주 4, 6일 모두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는 게임 내 아이템현금거래 시스템 탑재로 국내 출시 이전부터 일찌감치 논란이 됐다. ‘화폐경매장’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직접 사고팔거나 현금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현금화 기능이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유 없이 판정을 미뤄지면서 15일이라는 통상적 등급분류 시한까지 넘겼다.
업계는 정부가 디아블로3의 화폐경매장 시스템 탑재가 게임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기 때문에 등급분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게임 아이템 환전 시스템을 게임에 탑재할 경우 향후 다른 게임업체들이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막기 어려운 ‘선례’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2일 청소년 게임의 아이템 거래를 막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게임물의 사행화 및 환전 가능성에 엄격한 법적 규제·감독을 해왔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희망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로 신청했고, 환전시스템이 빠진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사행성 게임물로 판정내리기 어려운 것도 게임위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동시 출시를 앞둔 블리자드도 다급해졌다. 블리자드 측은 “게임 심의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베타테스트 및 유통 파트너 선정 등의 공식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이후에는 등급 분류 연기사유가 무엇인지 전혀 통보 받지 못해 무작정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등급분류 판정이 무기한 연기되자 게임 이용자들도 게임위가 사실상 디아블로3의 출시를 막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심의 일정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출시마저 연기됐다는 루머가 해외까지 확산, 본사 개발자가 사실이 아니라는 글을 남기는 등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게임위 측은 등급분류와 관계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15일로 규정한 시한이 지난 것에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 디아블로3 심의 관련 일지
2011년 12월 2일: 블리자드, 디아블로3 정식 버전 게임위에 심의 신청
2011년 12월 16일: 게임위, 블리자드에 등급분류 연기 통보. 보완자료 제출 요청
2011년 12월 22일: 블리자드, 게임위에 수정 자료(현금화 기능 제외) 제출
2012년 1월 4일, 6일: 등급분류회의 상정 안 됨. 연기 사유 확인 안 됨.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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