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직전 이순신 장군이 건조해 왜군에게 큰 타격을 준 돌격용 철갑전선(鐵甲戰船)이다. 일반적으로 거북선이라 불린다. 1592년, 임진왜란은 조선을 절체절명 위기로 몰아갔다. 이 때 거북선은 조선 수군 선봉에 섰고, 일본 수군 격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조선을 존망 위기에서 구한 거북선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치밀한 과학기술을 품고 건조됐다. 당시 일본 주력 전함 안택선은 유선형으로 속도가 빠르다. 신속하게 접근해 백병전을 벌이기 쉬운 구조다. 반면 방향전환이 쉽지 않다. 거북선은 이를 분석, 안택선의 장점을 무력화하도록 제조됐다. 배 위를 쇠못으로 박아 백병전을 차단했다. 측면에는 주력 무기인 화포를 장착했다. 특히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순식간에 뱃머리를 전환할 수 있다. 적선을 유인했다가 급선회, 학익진(鶴翼陣)전법으로 공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해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는 한국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내수 불안정, 청년 실업 등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다. 젊고 우수한 두뇌들은 여전히 이공계 분야를 외면한다. 당장 올 한해는 물론 미래 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을 지켜낼 키워드를 찾아야 할 때다. 다방면에 걸친 노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자원과 인력이 제한된 우리가 구사할 전략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마침 그 동안 소홀했던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와 관심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미래 한국을 책임지도록 혁신적 과학기술을 확보하자는 공감대다. 과학기술을 국정 최우선과제로 삼고 우수 두뇌를 끌어들이자는 뜻도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은 시장의 도구가 아니라 국력을 상징한다. 우주, 소재, 해양, 바이오 등 미래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는 모두 과학에 녹아 있다. 때문에 과학기술을 중심에 세운 국가 전략은 구사하자는 목소리는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420년 전 임진년, 왜란을 승리로 이끈 창제귀선이 과학기술 결정체였다는 사실은 음미해볼 만 한 대목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