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흑룡의 해, 콘텐츠 벤처가 미래다

[미래칼럼]흑룡의 해, 콘텐츠 벤처가 미래다

 흑룡의 해가 밝았다. 2012년엔 우리 경제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뻗어 나가길 바란다. 롤러코스터 같던 2011년은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도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 한 해였다. 플랫폼 시장을 점령한 애플과 구글의 경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삼성은 특허분쟁 와중에도 스마트폰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ICT 벤처기업은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속속 개발하고 세계 시장까지 공략하는 성과를 거뒀다. 놓친 것 같던 플랫폼 시장에도 아직 기회는 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스마트TV 등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시장이 미증유 영토로 남아있다.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멀티 플랫폼을 누가 만들어 내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플랫폼 경쟁도 스마트 시대 선택기준인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 경쟁력에 의해 위치가 달라질 것임은 자명하다. 콘텐츠는 고성능 설비나 장비가 아닌 사람 머리에서 나오고 콘텐츠 산업 경쟁력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와 창의성에 의해 좌우된다. 슬림한 몸으로 목표를 향한 빠른 돌격이 가능한 벤처가 주목 받는 이유다. 벤처는 대기업과 달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소수 인력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다.

 우리 콘텐츠 분야 벤처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형 자산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약점을 이용, 완제품·하드웨어의 부품이나 장식쯤으로 여긴다. 가치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존재하고 많은 인력과 개발비를 뒷받침해줄 안정적 투자 생태계 또한 만들어져 있지 않다. 모바일 메신저업체로서 ‘카톡해’라는 말을 만들어낸 ‘카카오톡’이나 프로야구, 제노니아 등을 통해 국내 모바일 게임 1위 업체로 등극한 게임빌도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곧 사라질 동네 구멍가게처럼 취급 받았다.

 우리 주변에는 적당한 햇볕과 물을 주면 꽃을 피울 수 있는 벤처기업이 많다.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ICT 벤처 생태계가 절실한 이유다. 우선 벤처투자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벤처투자는 아직 ‘융자성격’ 투자가 주를 이룬다.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는 성공기업-벤처캐피탈-대학-로펌 등이 구축한 벤처 생태계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벤처투자는 투자 회수가 목적이기보다 ‘신규 시장개척’이라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국책연구소와 대기업 중심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민간 벤처로 확대해야 한다.

 벤처 생태계를 키울 두 번째 방법은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이다. 국내에서 성공역사를 쓴 벤처가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해외 마케팅 노하우가 부족하다. 축적된 해외 정보망을 가진 정부와 대기업이 투자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 사외이사 등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해외 바이어, 국가별 모바일 운용체계(OS) 현황, 국가별 모바일 사용자 행동 패턴 등 해외 정보와 협업 인프라를 통한 맞춤형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 벤처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재도전 기회다. 세계 시장은 총, 칼 없는 전쟁터다. 매번 승리만 할 수는 없다. 한번 패했다고 장수를 죽인다면 누가 전쟁터에 나서겠는가. 실패 원인을 보완해 다음을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 후 새로운 도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는 공자 말처럼 우리 젊은 벤처에도 잡스나 주크버그가 느꼈을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즐거움의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2012년엔 모바일화와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 본격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빅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멀티플랫폼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마인드로 건강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머지않아 ‘메이드인코리아’가 찍힌 우리 벤처가 글로벌 ICT시장에서 혁신기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황중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 jyhwang@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