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LTE 쓰나미

 파산의 갈림길에 선 왕년의 코닥. 월스트리트저널은 몇 주안에 코닥이 파산보호신청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닥은 결국 ‘디지털 쓰나미’에 쓸려간 기업이다. 1881년 창업 이래 100년 가까이 영상 시대를 열어왔다. 한 때 미국 필름시장 90%까지 석권했다. 하지만 아날로그에 연연하다 순식간에 추락했다.

 3년 전 ‘아이폰 쇼크’ 역시 여러 기업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노키아·모토로라·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공룡이 ‘스마트폰 쓰나미’에 휩쓸려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

 10일(현지시각) 개막한 미국 가전박람회 CES 2012에서는 또 다른 쓰나미가 예고됐다. 진앙지는 바로 4세대(G) 통신 롱텀에벌루션(LTE)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노키아, 모토로라, HTC, 소니도 2012년 신병기로 LTE폰을 들고 나왔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글로벌 플레이어가 일제히 LTE폰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LTE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통신사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폰 쓰나미’에 휩쓸렸던 제조사간에 ‘반 아이폰 전선’을 만들자는 심리도 작용했다. LTE 준비가 늦은 애플을 따돌리면서도 뉴 테크놀러지를 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LTE 쓰나미’는 생각보다 빨라질 것이다. LCD진영이 단번에 PDP진영을 쓸어낸 것과 비슷하다. 그때도 삼성전자·소니·샤프 등 글로벌 TV 플레이어가 LCD로 뭉쳤다.

 애플이 두 눈을 뜨고 당하고만 있을까. 사실 MP3플레이어이나 스마트폰도 애플은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단번에 역전했다. ‘콘텐츠 생태계’라는 핵심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LTE 쓰나미’도 비슷한 궤적을 밟을 것이다. 단순히 단말을 먼저 내놓는 승부가 아니다. LTE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드는 싸움이다. 너도 나도 뛰어든 LTE 시장, 이젠 판을 바꿀 ‘신의 한 수’를 고민해야 한다. 애플보다 늦으면 또 쓰나미에 휩쓸린다.

 장지영 모바일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