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문모씨(36·여)는 지난해 말 아이폰 운용체계(OS)를 업데이트한 뒤 ‘아이클라우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아이폰과 연동되는 아이패드나 맥북이 없어 큰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대신 이전에 사용하던 한 포털업체 웹 스토리지 서비스에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올려놓고 PC로 불러 보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 하고 있다.
애플 ‘아이클라우드’ 등장으로 폭발적 수요가 예상된 모바일 클라우드가 의외로 ‘미풍’에 그치고 있다. 모바일 클라우드의 개념 자체가 생소한데다 이미 인터넷 업체와 통신사가 제공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 국내 이용자 가운데 ‘아이클라우드’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사람은 절반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낯선 개념과 사용의 번잡성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이용자가 태반이다.
‘아이클라우드’ 핵심 기능인 디바이스 간 콘텐츠 공유도 애플 기기에만 한정돼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이폰 고객이 iOS가 설치된 PC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지만, 아이패드나 맥북 등 다른 애플 디바이스를 구매해야 활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플러스박스·유클라우드·N드라이브 등 국내 통신사와 인터넷 업체가 이미 웹 스토리지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2년 전 시작한 것도 모바일 클라우드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학생 황지희씨(23·여)는 “이미 포털업체 서비스 인터페이스에 익숙해 ‘아이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5GB 무료 웹 스토리지 서비스를 따로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애플에 앞서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에 나선 팬택도 상황은 비슷하다.
팬택은 지난 2010년 말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스카이미’를 내놓고 팬택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16GB의 웹 스토리지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하지만 1년 남짓한 서비스 기간에도 가입자가 10만5000명에 불과하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해 ‘베가레이서’부터는 스카이미를 스마트폰에 선탑재해 제공 중이지만 유사 서비스가 많아 아직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팬택 스마트폰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능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클라우드가 초반 미풍에 그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신중론으로 급격히 선회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을 무선사업부와 미디어솔루션센터로 이원화해 각각 별도의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클라우드’가 미풍에 그치자 내부 경쟁을 강화해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LG전자 역시 개발 속도경쟁보다 내실과 품질을 높이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아이클라우드가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아이튠스의 동영상과 음악 콘텐츠가 국내 유저의 정서와 맞지 않아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최근 들어 게임과 같은 콘텐츠에 클라우드를 통한 백업기능을 사용하듯 클라우드 관련 앱이 늘어나고 제조사가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야 모바일 클라우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