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진영 모바일 대반격 시작됐다…삼성 · LG 캐스팅 보트

 “강력한 윈도8가 스마트패드용으로도 나온다”(스티브 발머 MS CEO)

 “인텔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더 빠르고 전력소모도 적다”(폴 오텔리니 인텔 CEO)

 

 윈-텔 진영이 모바일 시장에서 대반격을 선언했다.

 PC시대 투톱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은 ‘CES 2012’에서 모바일 비밀 프로젝트를 줄줄이 공개했다. 2~3년 장기간 준비해온 비밀병기를 전격 발표하고 PC시대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스티브 발머, 폴 오텔리니 등 스타 CEO가 직접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까지 나섰다.

 PC 공룡 부활은 세계 모바일 시장판도를 다시 바꿔놓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이끌어냈다. 과거 윈-텔 진영에 참여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텔 폴 오텔리니 CEO는 CES 현장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만나 협력 방안을 제의해 삼성의 모바일 윈-텔 진영 합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MS는 이번 CES에서 노키아, HTC 등 스마트폰 제조사를 통해 롱텀에벌루션(LTE) 윈도폰을 전격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진영 못지않게 빠른 LTE 대응으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MS는 무엇보다 PC와 스마트패드가 통합되는 새 운용체계(OS) ‘윈도8’를 공개하며 PC시대 패권을 모바일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스티브 발머 CEO는 “윈도8 프리뷰 버전을 2월 말 선보일 것”이라며 윈도8 스마트패드 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MS는 다음 달 말 윈도 애플리케이션 마켓 ‘윈도 스토어’도 오픈하기로 했다.

 인텔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의 대반격을 선언했다.

 인텔은 모바일 AP ‘아톰’을 장착한 중국 레노버의 안드로이드폰 ‘K 800’을 처음 공개했다. 폴 오텔리니 CEO는 “2분기부터 인텔 스마트폰이 본격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아톰’의 약점으로 지적된 전력효율은 크게 개선돼 오디오 재생이 무려 45시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CES에서 ‘아톰’을 탑재한 윈도8 스마트패드 시제품까지 공개하며 모바일 윈-텔 동맹도 본격 가동했다.

 윈-텔 진영 모바일 대반격을 놓고 전망은 엇갈린다. 모바일 OS시장은 구글·애플이 양분하고 있고, 모바일 AP시장도 삼성전자·엔비디아·퀄컴 등으로 이미 재편됐기 때문이다. 윈도폰 OS나 아톰 AP 등이 여전히 싱글코어 수준의 낮은 성능을 구현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관건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메이저 제조사 합류 여부다. 현재 모바일 윈-텔진영에는 노키아, HTC, 모토로라, 레노버 등이 레퍼런스폰(기준형 스마트폰) 파트너로 참여했지만, 이들의 시장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MS와 인텔은 이 때문에 삼성전자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폴 오텔리니 인텔 CEO는 CES 현장에서 최지성 부회장, 이재용 사장, 신종균 사장 등과 잇따라 미팅을 갖고 PC, 울트라북, 스마트패드, 모바일 OS 등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했다.

 최지성 부회장은 “삼성과 인텔은 다방면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모바일 OS ‘타이젠’을 비롯해 삼성과 인텔은 모바일 협력 범위가 넓다”며 인텔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MS 역시 지난해 스티브 발머 CEO가 최지성 부회장과 만나 포괄적 협력 방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탈 안드로이드’를 고민 중인 국내 제조사가 ‘윈-텔’을 대항마로 적극 밀면 모바일 윈-텔 진영의 부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MS는 모바일 OS의 성능이 크게 개선돼 삼성과 LG가 멀티 OS 전략 차원에서 이미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인텔 모바일 AP는 아직 전력소모가 커 삼성과 LG가 관망하는 있는 양상”이라며 “당장 삼성과 LG의 윈-텔 진영 합류는 MS를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