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리뷰] 리서치인모션 `블랙베리 볼드9900` 직접 써보니

쿼티 키보드, 여전히 편할까? SNS와 궁합은?

[전문가 리뷰] 리서치인모션 `블랙베리 볼드9900` 직접 써보니

 리서치인모션 ‘블랙베리 볼드9900’

 天衣無縫(천의무봉:하늘의 옷에 솔기가 없듯 매끈하고 자연스러움)

 메일에서 트위터까지 ‘진정한 소셜 스마트폰’

 

 ‘블랙베리 볼드9900’(이하 볼드9900)은 리서치인모션(RIM)의 위기감을 반영한 듯 최근 화이트 버전을 선보이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블랙베리를 상징하는 쿼티 키보드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키보드가 있어 글자 입력이 편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블랙베리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도 키보드를 이용한 입력이 편하게 느껴질까. 휴대성을 막아 갖고 다니기 불편하지는 않을까.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의 궁합은 어떨까.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볼드9900에 대한 궁금증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권봉석 이버즈기자 bskwon@ebuzz.co.kr

 

 ◇검증 포인트

 · 두께와 무게, 휴대성을 확인

 · 키보드가 얼마나 쓰기 편한지 확인

 · 소셜미디어와 얼마나 잘 융합되었는지 확인

 

 ◇리서치인모션 측 설명

 · 블랙베리 제품 중 가장 얇다.

 · 하드웨어 쿼티 키보드로 문자 입력이 빠르다.

 · 각종 메일과 메시지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디자인-터치·트랙패드·키보드 다 담고도 10.5㎜

 볼드9900은 흔한 풀터치 스마트폰보다 가로 화면이 더 넓은 특이한 디자인을 택했다. PC 키보드에서 흔히 보던 4줄 쿼티 키보드 때문이다. 손이 작은 여성이라면 한 손에 쥐기 다소 버겁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RIM은 이전 모델인 블랙베리 펄에서 가로 폭을 줄이려고 키 개수를 줄였다가 오히려 한글 입력이 어려워 외면받았다. 볼드9900은 쿼티 키보드는 살리는 대신 두께를 대폭 줄여 쥐기 쉽게 만들었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두고 고민한 결과다.

 적어도 입력 편의성을 보자면 볼드9900은 얻은 게 더 많다. 35키 키보드는 PC용 키보드 축소판이다. 그 덕분에 작지만 글자 입력에 필요한 모든 키를 담았다. 특수문자나 숫자, 기호는 키를 함께 눌러 처리할 수 있다. 키 크기는 3×3㎜에 불과해 오타를 내기 쉽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키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왼쪽에 있는 키는 왼손 엄지에, 오른쪽 키는 오른손 엄지에 맞게 깎여 있다. 오타를 막으려는 세심한 노력이다. 키를 누르면 전해지는 손맛도 쓸 만하다. 손톱이 길어 화면을 누르기 어려운 여성도 편하게 쓸 수 있다.

 화면 아래 보이는 검은색 사각형은 HTC 디자이어에도 쓰인 적이 있는 광학 트랙패드다. 엄지로 트랙패드 위를 문지르면 안에 든 광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한다. 트랙패드 하나면 메뉴에서 스크롤, 기능 선택까지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 노트북에서 쓰던 터치패드를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일일이 트랙패드를 써서 선택하기 어렵거나 화면을 확대· 축소하고 싶다면 여느 제품처럼 화면을 터치해 조작하면 그만이다.

 2.8인치 터치스크린은 해상도 640×480을 지원한다. HD 동영상을 여백 없이 재생할 수 있는 최신 스마트폰에 비하면 비좁아 보이지만 잔글씨를 읽는데 어려움은 없다. 모바일 웹 페이지는 물론이고 PC용 웹 사이트를 열어봐도 큰 불편함은 없다.

 이렇게 터치스크린에 트랙패드, 쿼티 키보드까지 모두 담았지만 제품 두께는 10.5㎜에 불과하다. 더 얇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근거리통신기술(NFC) 기능을 넣은 탓에 이 정도 두께가 나왔다는 게 제조사 설명이다. 실제 손에 들고 만져보면 두껍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제품 뒷면을 깎아내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든 것도 이런 느낌을 주는데 한 몫 한다.

 ◇성능-듀얼코어 못지 않은 비결 ‘최적화의 힘’

 볼드9900에 쓰인 퀄컴 MSM8655 프로세서는 싱글코어 1.2㎓로 작동한다. 듀얼코어가 흔한 요즘 추세를 감안하면 뒤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웹 서핑이나 문자 입력, 화면 스크롤이 느리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애플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RI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이점을 살려 최적화를 한 덕이다.

 물론 지원군도 있다. 메모리는 768MB로 블랙베리 모델 중 상위권에 속한다. 애플리케이션 여러 개를 띄워놔도 멈추거나 강제 종료되지 않는다. 앱 설치에 쓸 수 있는 저장 공간은 215MB. 앱 개당 용량이 7~8MB가량이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여유있게 쓸 수 있다.

 동영상과 사진 저장 공간은 7GB다. 행여 이 정도로 부족하다면 배터리 커버를 뺀 다음 마이크로SD카드를 끼워 간단하게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볼드9900이 인식하는 최대 용량은 32GB다.

 동영상은 기본 내장 코덱만으로도 H.264 동영상은 물론이고 ASF와 WMV도 곧바로 재생할 수 있다. 음악 파일 역시 MP3와 OGG, AAC에서 무손실 압축 음원인 FLAC까지 재생한다.

 실제 H.264 720P 동영상을 재생해보니 화면은 작지만 끊김이나 멈춤 없이 잘 돌아간다. 메모리카드에 멀티미디어 파일을 담아두면 알아서 파일을 검색해준다. 그 덕분에 미디어 폴더 하나면 메모리카드에 담아놓은 음악이나 동영상, 사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카메라는 500만 화소를 채택했다. 사양을 볼 때마다 갸우뚱거리게 된다. 요즘 스마트폰은 800만 화소를 넘나든다. 하지만 볼드9900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이런 300만 화소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두운 실내에서 찍은 사진도 선명하다.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는 게 아쉽지만 직접 찍어보니 가로 폭이 길고 트랙패드를 눌러 사진을 찍는 방식이라 사진이 흐릿하게 찍힐 염려는 적다.

 다음은 배터리. 볼드9900 내장 배터리 용량은 1230㎃h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3G망 기준 통화시간은 5.9시간, 대기시간은 12일이다. 통화 기준으로만 본다면 일반 스마트폰이 통화시간은 다소 짧다. 이전 모델인 볼드9700은 통화시간 6시간, 대기시간은 17일이나 됐다. 왜 줄었을까. 볼드9700 배터리 용량은 1500㎃h나 됐지만 볼드9900은 두께를 줄이면서 용량을 줄인 탓이다. 얇은 두께를 얻었지만 배터리 시간은 줄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모바일 페이지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웹페이지가 더 많은 데다 일부러 PC용 페이지를 열어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이 바로 스마트폰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다.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 사이트뿐만 아니라 트위터·페이스북, 여러 웹 게임 역시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가 떨어진다면 체감 속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

 볼드9900과 아이폰4S에서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선스파이더 벤치마크를 실행해 봤다.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여러 번 복잡한 계산을 실행하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시간이 짧을수록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과를 보면 비교 대상인 아이폰4S가 2240㎳고 볼드9900은 약간 뒤처지는 2541㎳가 나왔다. 이 정도면 볼드9900 자바스크립트 처리 속도가 최신 듀얼코어 스마트폰 못지 않다는 의미다.

 

 ◇선스파이더 벤치마크 실행결과

 

 스마트폰 기종소요 시간

 볼드99002541㎳

 아이폰4S2240㎳

 ※ 자바스크립트 처리 시간을 재는 벤치마크이며 짧을수록 성능이 높음.

 ◇기술-메일·SNS와 한몸된 블랙베리OS

 블랙베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메일이 올 때마다 곧바로 알려주는 이메일 푸시 기능이다. 물론 요즘은 일반 스마트폰에서도 이메일 푸시 기능을 쓸 수 있지만 원조만이 가진 장점은 분명하다. 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뒤 이메일을 등록하면 여러 이메일 주소를 블랙베리 한 대로 통합해서 받아볼 수 있다. 이메일이 오면 소리와 진동으로 알려줘 외부에 있어도 중요한 이메일을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다. 블랙베리 서버에서 암호화를 거친 다음 받아보기 때문에 보안 걱정도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쓰기도 편하다. 멘션이나 쪽지,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이 덕분에 SNS를 이곳저곳 번갈아 다니면서 반응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카메라 앱으로 찍은 사진을 곧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내보내는 건 물론이고 주소록에 있는 사람에게 공유하는 등 SNS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동해놓은 것도 장점이다. 그간 불만이던 카카오톡이나 다음 마이피플 등도 블랙베리용으로 나온 상태다.

 이렇게 유기적인 SNS 연동을 지탱해주는 건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거친 운용체계, 블랙베리OS7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 걱정에 시달린다. 이런 점에서 블랙베리는 안정감이 좋다. SNS와 다국어 지원 등 필요 요소를 자잘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신속하게 반영한 점에 점수를 줄 만하다.

 ◇eBUZZ 총평-天衣無縫

 지금 블랙베리 시리즈가 시장을 주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볼드9900만 해도 그냥 사양만 본다면 쿼티 키보드, 비좁은 2.8인치 화면, 싱글코어에 500만 화소다. 그냥 철지난 듯한 수준이다. 하지만 막상 볼드9900을 써보면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일 뿐 사양 자체가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연동하고 최적화한 덕이다.

 블랙베리는 초기 대세에서 이제 틈새가 됐지만 드문 쿼티 키보드 제품이라는 점에서 나름 가치가 있다. 물론 가장 큰 매력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SNS까지 운용체계 차원에서 마치 한 몸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품을 위해 뽑은 말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하늘나라 날개옷에는 솔기가 없다고 했던가. 그만큼 매끄럽고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블랙베리 볼드 9900 스펙

 CPU퀄컴 MSM8655 (1.2㎓ 싱글코어)

 메모리768MB

 저장장치8GB (마이크로SD 32GB까지 확장 가능)

 디스플레이2.8인치 640×480 화소 터치스크린

 입력장치35키 쿼티 키보드, 터치스크린

 카메라500만 화소 카메라

 네트워크HSPA+/GSM/EDGE, 802.11n 무선랜, 블루투스 2.1+EDR

 운용체계블랙베리 OS 7

 전원1230㎃h 리튬이온 배터리

 크기115×66×10.5㎜

 무게130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