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를 비롯한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서 한국HP가 한국IBM의 아성을 위협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이 분야 부동의 1위는 한국IBM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신규 도입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차가 수년간 한국IBM 제품을 사용하던 관행을 깨고 한국HP 제품을 최종 선정했다. 현대차 슈퍼컴은 디자인과 충돌 시뮬레이션 등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된다.
이 밖에도 최근 2년 사이 발주된 슈퍼컴 사업 가운데 대규모 사업으로 평가되는 국가핵융합연구소, A연구소 사업에 모두 한국HP 제품이 공급됐다.
지난해 말 실시된 국방과학연구소(ADD) ‘고성능 병렬 클러스터 및 통합 백업 시스템 구축 사업’도 한국HP 몫으로 돌아갔다. 17억원 규모인 이 사업을 통해 7년간 ADD에 자리 잡았던 크레이 슈퍼컴 시스템을 HP 제품이 대체하게 됐다.
한국HP의 약진은 3년 전 한국IBM 텃밭이던 포스코 연구소에 절반가량 제품을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굵직굵직한 사업을 대부분 수주하면서 슈퍼컴 시장 강자로 떠올랐다. 한국HP는 한국IBM뿐만 아니라 델코리아, 크레이코리아, SGI코리아 등 주요 경쟁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HP는 HP 하이퍼스킬팀을 중심으로 이 분야를 적극 지원했던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서버를 10대로 늘린다고 성능이 10배로 강화되는 건 아니지만 HP는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는 설명이다. 아태·일본(APJ) 지역 하이퍼스킬팀의 경험과 노하우, 지원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한국HP 측 설명이다.
한국HP 관계자는 “고객 수준이 높아지고 애플리케이션이 점차 지능화되면서 단순 하드웨어가 아닌 HPC를 전문으로 지원하는 솔루션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런 고객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HP 슈퍼컴 전문 역량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3D 랜더링 등 다방면으로 슈퍼컴 사업 범위를 넓힐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국HP의 약진에 대해 경쟁사들은 최근 슈퍼컴 시장에서 기술보다 가격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한국HP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고객사 예산 범위에서 더 많은 시스템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최근 슈퍼컴 하드웨어와 솔루션이 분리 발주되면서 하드웨어 분야에서 저가를 앞세운 HP가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델 제품 채택률이 동시에 높아지는 게 이를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표>최근 2년간 한국HP 주요 슈퍼컴 사업 실적
자료 : 업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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