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설비 사용전 점검 이원화 혼선

 건물 전기설비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해 전기를 개통하기 전에 점검을 시행하는 사업 주체와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전기설비 사용전 점검’제도에 한국전력과 전기안전공사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동일한 점검 업무를 맡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기공사업에 의해 사용전력 4가구(75㎾ 미만) 이상 주택·다세대 주택 등 수용가는 신청자(발주자) 선택에 따라 한전과 전기안전공사가 사용전 점검을 할 수 있다. 누전차단기·접지 등을 점검한 후 이상이 없으면 계량기 설치와 동시에 전기를 공급받는다.

 한전 자산인 계량기는 한전만 공급할 수 있지만 점검주체가 두 곳이라 어떤 사업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일송전 여부나 시공업체 대상이 제한된다.

 전기안전공사가 점검을 하면 한전에서 계량기를 받아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하루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반대로 한전이 점검을 하면 시공 후 계량기 설치와 동시에 당일송전이 가능하지만 공사는 한전과 계약을 맺은 지역 단가업체만 할 수 있게 법으로 규정했다. 전기안전공사는 절차가 추가돼 당일송전이 불가능하고 점검 지위를 남용한 공사지연 등 문제 소지도 언급됐다.

 전기공사업체 한 대표는 “한전 한 군데가 (점검) 할 때만 해도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전과 전기안전공사로 이원화된 이후 공사에 어려움뿐 아니라 고객(발주자)에게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당일송전이 어렵고 안전공사 직원들의 불합리한 점검·운영 때문에 한전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실제 2010년 전기공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사용전 점검에 한전을 선택한 업체가 79%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2011년 사용 전 점검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율이 안전공사는 3.7%, 한전 0.03% 결과가 나올 만큼 한전이 점검에 소홀하기 때문에 한전을 선호하는 것”이라며 “안전공사에서도 당일송전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사용 전 점검 개선을 위해 정부에 수차례 건의를 했지만 공공기관 선진화 입장에선 한계가 있다”며 “차라리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해외처럼 경쟁체제를 구축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은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점검주체를 다원화해 운영 중이다. 미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전기사업자와 보험기관을 운영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독일도 자율경쟁 체제에 보험사와 연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