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교수의 창조정신 후츠파로 일어서라] <2>디지털 토양에 하이테크를 경작하는 나라, `이스라엘 인사이드`

사막국가를 세계최고의 농업국가로 탈바꿈시킨 네타핌의 세류관개 기술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160개국에 보급됐다. 이 기술로 사막 한가운데에 `야티르`라는 숲을 조성했다.
사막국가를 세계최고의 농업국가로 탈바꿈시킨 네타핌의 세류관개 기술은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160개국에 보급됐다. 이 기술로 사막 한가운데에 `야티르`라는 숲을 조성했다.

 한국보다 훨씬 작고 적들로 둘러싸인 육지의 섬나라,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지금 세계 최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21세기 경제 기적을 일구고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붙은 것처럼 인텔의 두뇌가 곳곳에 박혀 있다면 이스라엘은 지금 세계인 일상에 ‘이스라엘 하이테크’를 담겠다는 의지로 ‘이스라엘 인사이드’를 지향하고 있다.

 위성이 보내온 GPS신호가 울리는 알람으로 일어나 메일을 체크하고 일정을 확인하며 네비게이터 지시로 혼잡을 피해 회사에 도착하면 간밤에 올라온 안건에 전자결재를 마치고 밀린 영상회의를 한 후 거래처과 전자계약에 서명한다.

 이 사이사이 보이지는 않으나 매우 중요한 인터넷 보안기술이 자리잡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이스라엘 하이테크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창업투자 31%가 이스라엘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이 나스닥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상장기업 40%를 장악) 지식 자본 규모를 세계 3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학생 수가 서울대학교 절반 밖에 안 되는 히브리대학이 1년에 만들어내는 특허 수익은 자그마치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대학을 다 합하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스라엘은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이 뿌리에 물을 공급해주는 가느다란 파이프라인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나라다. 그들은 해저 221미터 저지대에 위치한 갈릴리 호수에서 길어 올린 물을 절약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물을 흩뿌리지 않고 가느다란 파이프를 뿌리에 직접 갖다 대 농사를 짓는 세류관개 기술로 40%의 물만 사용해 생산량을 50%나 더 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역시 농업 경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정부에 임기 무제한의 최고과학관실(Office of the Chief Scientist:OCS)을 둬 과학자 150명에게 ‘지식경제의 악보’를 그리도록 했다.

 각 부처 장관들은 OCS가 그려준 악보대로 지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그려낸 악보의 제1 악장(1970년대)은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였다. 역삼투압을 이용해 최소 에너지로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담수플랜테이션을 가능하게 했고 여기서 수많은 특허를 장악하게 됐다.

 제2 악장(1980년대)은 원자력 안전기술이다. 오일쇼크를 예견하고 미리 준비한 특허는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80% 원전이 당시 건설됨으로써 적중했다.

 제3 악장(1990년대)은 인터넷 보안기술이다. 인터넷 세상은 보안기술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육성한 기술이다. 이때 탄생한 ‘NDS’나 ‘체크포인트’사는 지금까지 세계인이 셋톱박스를 이용해 TV를 시청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꼬박꼬박 로열티를 챙기고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스라엘을 세계 3위 지식자본(Intellectual Capital) 국가로 만든 주인공이 제12대 수상 ‘에후드 올메르트’다. 그는 ‘과학기술은 곧 경제’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는 산업부 장관 시절 ‘요즈마’라는 창업지원펀드를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창업 불씨를 지핀 주역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심사해 정부가 보조해주고 창업성공 시 정부 지분을 원가로 되돌려주는 프로그램에 힘입어 매년 750만 인구가 만들어 내는 창업 수가 3억3000만명의 유럽이 만들어 내는 수보다 많다.

 16개국에 번역돼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는 ‘창업국가’에 의하면 과거 이스라엘 부모들은 자식들이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것을 가장 선호했으나 지금은 아이들이 창업으로 기업인이 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좋은 대학 기준 역시 ‘얼마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 내는가’로 바뀌었는데 이것은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로 간주되고 있다.

 2011년 1월 미국 인구조사통계국이 9.8%라는 참담한 실업률 하에서 국정연설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5년 이상 된 미국기업은 총체적으로 일자리를 줄여왔고 5년이 채 안 된 기업이 일자리를 늘려왔다고 보고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미국이지만 창업에 걸림돌이 있다면 더 과감히 혁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손발로 움직이는 경제 시대는 지나가고 두뇌가 곧 경제인 시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모두 모아 자산으로 활용하는 상상개발(Imagination & Development:I&D)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다면 우리에게 들려주었음직한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jonglok.y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