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으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 위탁을 받아 관리업체의 온실가스 배출현황 명세서를 검증하는 검증시장이다. 현재 검증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20여곳이다. 이들 기관이 500곳 가까이 되는 관리업체 검증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영업전쟁을 펼치고 있다.
검증 비용에는 검증 일수와 투입된 검증원 수가 반영되는데 결국 이렇게 산정된 가격으로 관리업체에 견적을 제시한다. 관리업체는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최저가를 제시하는 검증기관을 선택한다.
검증기관마다 인력이나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에 검증 비용이 낮은 것을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영업을 위해 검증의 질은 보장하면서도 가격을 낮게 치고 나오는 기업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가격저하와 함께 검증 품질까지 같이 낮아지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증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도를 넘어선 가격경쟁 사례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기업 간 가격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제시한 검증비용 가이드라인은 상한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증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이드라인 가격을 넘어서는 안 되는 기준이 돼버린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검증 기관은 비용을 더욱 낮춰가며 실적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가격이 낮아지면 적정 인력을 배치할 수 없고 결국 검증품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에너지진단 등 정부가 민간 기업에 검증을 위탁한 분야에서 유사한 부작용을 충분히 경험했다. 목표관리제도는 배출권거래제도 등 향후 우리나라 온실가스 관련 정책의 초석이 되는 중요한 사업이다. 지금이 향후 검증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시기라고 보면 검증기관 검증과 사후관리 체계 또한 정착돼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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