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쓰는 시대 `안녕~`

사서 쓰는 시대 `안녕~`

 렌털 서비스 품목이 중소 생활가전을 넘어 IT기기로 확산된다. 렌털 서비스 제공 기업도 홈쇼핑과 대형마트에 이어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확대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렌털 전문기업,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IT 제조사들이 렌털 서비스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정수기에서 시작된 렌털 비즈니스가 대형 가전을 넘어 PC, 복합기, 커피머신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

 현재 주요 오픈마켓과 홈쇼핑, 렌털 전문기업들은 일반 소비자용 PC 렌털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PC 렌털은 기업 대상 서비스가 주를 이뤘으나 지난해 GS홈쇼핑이 한국HP, 레노버, 에이서의 PC 렌털 서비스를 론칭하며 불을 지폈다. 전자랜드도 지난해 말 정수기·비데 등 생활가전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품목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렌털 전문 기업들은 PC 외에 프린터, 복합기, 커피머신 등 다양한 품목을 앞세워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유통사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각 분야 제조사들을 설득하는 모양새다.

 일반 소비자용 렌털 비즈니스는 정수기에 적용돼 큰 인기를 얻었으며 비데, 공기청정기, 연수기, 음식물 처리기 등 중소 생활가전 위주로 제공돼 왔다.

 웅진코웨이가 지난해 침대 매트리스 렌털 사업을 시작하며 렌털 품목의 ‘탈 중소가전’ 바람을 주도했고 이마트와 KT렌탈이 대형 생활가전인 TV, 세탁기, 냉장고, 트롬 스타일러를 최대 4년까지 렌털해주는 서비스를 론칭해 대형 생활가전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각 온·오프라인 유통사와 제조사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렌털 품목을 발굴하고 시장 가능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PC의 경우 지난해 GS홈쇼핑을 필두로 렌털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다수 유통사들이 정기적으로 소모품 교체나 관리가 필요한 커피머신, 프린터·복합기 등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GS홈쇼핑은 “침대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처음 론칭할 때 내부적으로 시장 가능성에 이견이 많았으나 현재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PC 렌털 방송도 매회 실적이 좋아 올해도 지속적으로 방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렌탈 관계자는 “이마트와 대형가전 렌털 사업을 론칭한 뒤 각 분야 유통업체들로부터 문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이마트 사업 추이를 지켜본 뒤 향후 PC, 헬스기구 등으로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사와 렌털 업체들이 사업 확대에 적극적이지만 제조사들은 사업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렌털 기간 동안 AS를 보장해야 하므로 제조사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렌털 계약을 파기하면 해당 제품이 중고가 되므로 이에 대한 처리도 부담이다.

 일부 제조사들은 ‘렌털 서비스가 일시 구매보다 더 비싼 제품도 있다’며 렌털 서비스 열풍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매월 지불해야 하는 렌털료 외에 의무 약정기간 파기 시 위약금 등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PC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제조사도 많다”며 “2~3년 의무약정을 하면 되레 비용을 원 가격의 두 배 가까이 지불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의 눈: 렌털 사업 놓고 유통사 vs 제조사 힘겨루기

 렌털 서비스 열풍은 물가 상승 부담과 업체들의 프리미엄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PC의 경우 마진율이 10% 미만으로 낮고 보급형 제품도 고사양화됐지만 여전히 100만원대 이상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높아 렌털시장이 존재한다. 스마트 기능을 갖춘 대형 가전이 렌털 시장에 등장한 것도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유통사와 렌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제조사들은 사업 진출을 고심하고 있다. 긍정적인 고민보다는 회의적 시각이 큰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와 제조사간 주도권 경쟁이 렌털 사업 확대를 놓고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가 주도권을 가졌는데 반값 제품 열풍에 이어 렌털 비즈니스 확대는 유통사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는 무상 AS 기간을 1년 이내로 둔다. 반면 렌털 서비스 품목은 약정 기간 동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므로 보증 수리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계약을 중도 파기하면 해당 제품은 중고가 되므로 이 비용도 부담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사와 렌털 기업은 지속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렌털 사업 확대 여부와 경쟁사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렌털 사업은 유통사가 제조사에 대항해 파워를 키우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을 묶은 ‘패키지 렌털’ 등 새로운 형태의 렌털 서비스 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