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80여개까지 증가했던 국내 고성능컴퓨팅(HPC) 전문업체 수는 불과 몇 년 사이 10분의 1 미만으로 감소했다. HPC 저변확대 실패, 수익성 악화, 인력양성 소홀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슈퍼컴퓨터 개발을 포함한 국내 HPC 업체는 테라텍, 디지털헨지, 샌디아시스템즈, HPC코리아, 클루닉스 등 대여섯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존 수십개 업체들은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IBM·HP 등 다국적 기업 장비유통 등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는 “1990년대 말 오픈소스 기반 클러스터링과 병렬분산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에도 HPC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며 “하지만 공급이 넘치는 데 비해 이를 사용할 시장을 찾지 못해 대부분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말했다.
과잉공급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슈퍼컴 시장이 커지려면 물리·지질·기상·조선·화학 등 연관 산업이 활성화해야 하지만 관심부족과 소극적인 투자로 시장은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수요가 부족하니 수익성도 악화됐다.
이 기간 슈퍼컴과 관련된 인력양성도 이뤄지지 않아 슈퍼컴 운용능력 부재에 따른 도입 효율성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곧 신규 수요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슈퍼컴 공급자 측면에선 기술 지원인력 양성 소홀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지 못한 부분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전통산업에서 슈퍼컴 활용 성공사례가 나와야 타 산업으로 수요가 확대될 수 있지만 수요부진, 채산성 악화, 투자부진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슈퍼컴 인력양성과 함께 슈퍼컴 활용 기술 개발과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정부 노력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발효된 ‘슈퍼컴퓨터 육성법’에 거는 업계의 기대는 매우 높다. 후속 조치 여부에 따라 기상청이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사용하는 대형 슈퍼컴뿐만 아니라 연구소, 대학, 중견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중소형 슈퍼컴 시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효과가 슈퍼컴 시장에 온기로 작용하려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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