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용강등 미풍에 그쳤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9개국에 대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강등했음에도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16일 국내 증시는 전 거래일 대비 16.41포인트(0.87%) 하락한 1859.27, 코스닥지수는 3.83포인트(0.83%) 내린 519.85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은 최근 박스권 장세를 감안할 때 큰 폭이 아니다. 지난 주말 상승폭(0.60%)을 반납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S&P의 유럽 9개국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거론됐던 사안이다”며 “오히려 증시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설연휴 이후 증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S&P는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국가는 프랑스를 포함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키프러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몰타 등 9개국이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키프러스는 두 단계 강등됐다. 포르투갈과 키프러스는 투기등급으로 전락했다.

 S&P는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최근 몇 주간 유럽 정책당국자의 정책대응이 유로존에 맞닥뜨린 압박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에 기인했다고 제시했다.

 유로존 압박요인으로 S&P는 회원국의 위험 프리미엄 증가, 정부와 가계의 동시적인 부채 축소 시도, 취약한 경제전망, 그리고 적절한 위기 해법에 대한 계속된 논쟁 등을 지적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강등된 국가의 민간은행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이 밀어 닥치면서 은행 자본조달 여건이 추가 악화될 소지가 있는 점이다.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급강등이나 가용규모가 축소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유럽 은행 역시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국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속되는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불안감은 올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요소”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과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만큼 투자 역시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