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SK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보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분야 일감에 외부 중소기업이 입찰할 기회를 준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20개 관련 업체의 내부거래(2010년) 비중이 71%에 달했는데 4대 그룹이 경쟁 입찰 쪽으로 새 물꼬를 튼 셈이다. 78~99%에 달했던 수의계약 비중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이 내부거래와 수의계약을 억제하기로 약속한 터라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경쟁 그룹 계열사는 물론이고 실력 있는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4대 그룹의 SI사업을 맡아 경험을 쌓은 뒤 해외로 도약할 수 있다. 유명 그룹의 정보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기업을 대하는 해외 발주사의 신뢰가 높아질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정한 경쟁 입찰 환경을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계열 SI업체의 경쟁력까지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수주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선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이 모범 사례를 만들고, 30대 기업으로 ‘공생 의지’가 퍼지길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룹별 공생 방안이 하루빨리 확산하게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SI 등의 경쟁 입찰제 확산에 속도를 붙이려면 유인책이 필요하다. 실효성이 적은 유인책으로 ‘내부거래와 수의계약의 달콤함’을 떨어내기 어렵다. 금방 본디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 4대 그룹의 공생 노력을 엄정하게 평가하되 애를 쓴 게 뚜렷하면 공공 SI 사업 참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공정위를 중심으로 정부가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4대 그룹이 나섰더니 30대 기업이 뒤따르고, 정부가 화답하는 풍경에 중견·중소기업이 웃는 시절을 앞당기자. 4대 그룹의 공생 노력부터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