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쓰다가는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전력수요 최고치 경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국제정치 불안 등 에너지산업을 바라보는 허증수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53)의 심경이다. 동장군이 동계피크 한 가운데에 위치한 지금 그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다. 9.15 정전사태 학습효과로 이미 전력수급 비상대책은 수립된 상태지만 난방기기 보급 증가로 전력난은 여전히 위태롭다. 허 이사장은 올해 대국민 에너지절약 실천을 위해 레버리지(영향력)와 소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담배가게 주인이 금연운동을 하자는데 얼마나 하려고 하겠습니까. 전력공급기관의 에너지절약 전략도 이와 같습니다. 전력수요관리는 전력공급자가 아닌 에너지관리공단으로 넘어와야 합니다.”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과 홍보를 전개하는 기관에서 수요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허 이사장의 견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올해 경영성과를 현장에서 찾겠다는 의지다. 최근 단행한 지역본부 중심의 조직개편이 본보기다. 아직도 저렴한 전기요금과 에너지절약 공감대 부족을 대국민 접촉 일선에 있는 지역본부를 통해 이뤄내겠다는 의미다.
“이제 에너지절약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내복을 입으면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지역본부를 통해 적극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17년 교직생활 노하우를 살려 교육사업도 강화한다. 유치원에 로보카 폴리, 선물공룡 디보 등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에너지절약 애니메이션을 시범 공급하고 중·고등학교에는 기후변화 등 관련 동영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에도 에너지 이슈를 넣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한마디로 ‘에너지절약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국민 속에 심겠다는 생각이다.
허 이사장은 “누가 시켜서 하는 에너지절약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인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대학입학시험에 관련 내용을 이슈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에너지관리공단 조직개편 취지와 특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녹색성장 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인력증원 등 신규업무와 기능강화를 위해 22명의 정원을 확대했습니다. 지역 네트워크 강화와 정책 실행력 제고를 위한 지역본부 인력보강, 역량강화가 핵심입니다. 또 전략적 사업연계를 통한 시너지 제고를 위해 부서배치, 부서간 기능통합·분산과 분장업무도 조정했습니다. 에너지·기후변화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한 전담부서인 글로벌에너지교육센터를 신설하고, 통계 기반중심의 정책개발 기능 강화를 위해 정보통계실과 정책개발 기능을 통합해 정책정보실로 개편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센터 기능 강화를 위해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해상풍력단지 및 수소타운(H-Town) 조성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수행, 국제상호인증, 성능검사기관 고도화 등 신재생에너지 수출전략화와 산업화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앞으로 지역본부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역본부 활성화 방안이 있으시다면.
▲그동안 에너지관리공단 업무가 본사 중심으로 추진됨에 따라 지역사회 내 에너지·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지역거버넌스가 미흡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지역거버넌스 강화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 공헌’을 지역본부 활성화 기본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본사는 사업을 기획·총괄하고 일반사업은 지역본부로 대폭 이전해 지역본부 역할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지역본부 특화사업 추진체계를 확립해 지역사회와 협력 사업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지역사회 에너지·기후변화 종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본부로 하여금 정부·지역사회 간 허브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공단은 지자체·지역유관기관·시민단체 등 종합적 대응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부정책과 지역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지역본부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지역거버넌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가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관리업체들의 목표 달성 지원을 위해 준비한 사업은 무엇입니까.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자금·정보·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관리업체 부담을 경감하고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산업·발전부문에서 올해 중소관리업체가 150여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온실가스 우량감축설비 설치 지원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량감축설비 사업은 중소기업 보유 온실가스 다배출 공정·설비 중 감축효과는 동종의 공정·설비에 비해 탁월하나 투자경제성이 부족한 실증기술(BAT)의 설비보급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중소 관리업체에 진단전문가·안전전문가·컨설턴트로 구성된 지원단을 파견해 에너지절약·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종합적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건물부문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건물에너지 절약은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이십니까.
▲산업부문에 비해 절감 잠재량이 큰 건물에너지관리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건물에너지이용합리화 정책목표를 △2025년 제로에너지 건축 정착 △건축물 에너지성능에 경제적 가치 부여로 설정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건축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에너지 소비총량제’를 1만㎡ 이상 업무시설에 시범 도입하고 내년부터는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5년 제로에너지 건물을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또 건축물 에너지성능에 경제적 가치 부여하기 위해서 2013년부터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서를 건축물 임대·매매 시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입니다. 국민의 녹색생활 실천 운동 확산을 위해 ‘1만 에너지절약 우수가구 선발 행사’ ‘내복 입기 운동’ 등 생활패러다임 전환에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국민이 녹색생활 실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에너지절약은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부정적인 국민 인식을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국민 참여 에너지절약 공모’를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모전은 총 4개 부문 △절약 아이디어 및 체험수기 공모 △전기절약 UCC 공모 △절약 우수제품 공모 △절전경영 우수기업 공모 등입니다. 절전사이트를 통해 ‘절약 퀴즈 풀기’ ‘삼행시 짓기’ ‘캐릭터 이름 짓기’ 등 이벤트를 병행해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시민단체와 학생으로 구성한 ‘에너지절약 시민감시단’을 발족해 전국의 에너지다소비건물 및 일반상업시설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 실태를 점검·홍보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2월말까지 지속 운영할 계획입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위해 어떤 방안을 준비하셨는지요.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는 올해 신재생에너지 해외진출을 위해 91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 기술·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목표가 있습니다. 총 5개 세부 프로젝트의 계획을 총괄·수립하고 태양광·풍력분야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신수종·신기술·부품 등의 수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해외시장조사 및 프로젝트 발굴 △해외 신재생에너지 설비인증 획득지원 △국내 신재생에너지 해외시장개척 지원 △전문가 해외연수·교육사업 △신재생에너지 특화 국제전시회 지원 등 입니다.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 정리=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