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직 공무원으로 생활한지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수의학과 졸업 후 가축위생연구소 일용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처음 병리과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부검을 실시했다. 동물이 왜 죽었는지 알아보는 과정은 너무 흥미로웠고 학교에서 단순히 외우기만 했던 병리학 소견들이 속속 머리에 들어왔다. 병을 일으키는 세균인지 아닌지 즉, 병변과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시·도 가축방역기관과 연계해 중요 전염병에 대한 항체를 생산·배부하는 사업을 진행하며 처음 세포배양을 하게 됐다. 또 지금은 널리 사용되는 ‘in-situ hybridization 및 multiplex PCR’법 등 신기술을 이용한 신속진단법도 개발해 질병 진단에 활용했다.
2000년 2월 병리진단과에서 해외전염병과로 옮기면서 소해면상뇌증 진단과 함께 구제역 혈청검사도 수행했다. 분기별로 국내 구제역 모니터링 검사를 수행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다.
2000년 3월 전형적인 임상증상으로 보이는 구제역이 신고 돼 국내 첫 발생을 신속·정확하게 진단했다. 그 후 약 6개월간 구제역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밤낮을 잊어가며 특수실험실에서 정밀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지나고 보니 그해는 정말 봄을 느끼지 못했던 해였다.
소해면상뇌증을 확진하는 검사기법을 확립하고 신속진단법을 도입해 시·도 가축방역기관에 기술을 전수, 국내 소해면상뇌증 예찰체계를 확립했다. 이를 통해 국내 소해면상뇌증 비발생을 확인하고, 사료 중 육골분 혼입 여부 검사법을 개발했다. 사료검정기관에 기술을 보급해 육골분 혼입여부 검사 성적서를 첨부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내 생산 사료용 어분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
소해면상뇌증(BSE) 2001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시·도를 대상으로 시료채취 교육을 실시해 진단 정확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국내 BSE 발생에 대비해 시도 가축방역기관에 신속진단법 전수를 완료하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사자를 대상으로 매년 정도관리를 수행하는 등 국내 BSE 진단 내실화에 기여했다.
2002년 7월 캐나다 수입산 엘크에서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을 최초로 진단하고, 동 질병 국내 발생에 따라 2005년 2월 국내 도축 사슴에 대한 신속검사체계를 구축해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했다.
수의사라는 직업, 특히 수의연구직은 남녀 구분 없이 방역현장에서부터 실험실까지 다재다능한 일을 해야만 한다. 나름 고되지만 질병이 종식되었을 때는 보람도 느껴지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손현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해외전염병과 수의연구관 shonhj@korea.kr
<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