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경쟁체제 도입 여부 `끝장토론`
"코레일이 철도 운영을 113년 동안 독점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국토해양부)
"이번 기회가 독점 타파의 마지막 기회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돈 되는 알짜 KTX를 민간에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 아닌가."(코레일)
고속철도(KTX) 운영권 민간 개방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격돌했다.
2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철도 경쟁체제 도입 관련 공개 토론회는 시작부터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과열 양상을 보였다.
독점체제와 경쟁체제를 비교하는 첫번째 주제를 놓고 국토부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경쟁자가 없다보니 사고, 탈선, 서비스 저하 등의 문제가 생겨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없다"며 "통신, 항공, 전자 부문이 과거 독점에서 경쟁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서비스가 좋아지지 않았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수익성이 좋은 KTX만 민간 사업자에게 주고 적자 노선만 코레일에 맡기는 것은 제대로 된 경쟁이 아니라고 코레일은 반박했다.
코레일 정정래 미래기획처장은 "코레일 일일 이용객의 70% 이상이 수도권 수요인데 민영화 대상인 수서발 고속철도를 민간에 주면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선택권이 있겠냐"며 코레일을 배제한 민간 사업자 선정이 또다른 독점 운영자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철도 운영권 민간개방의 법적 근거에 대한 해석도 한치 양보가 없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등 관계 법령에 철도 운영을 민간 위탁해도 된다는 근거 규정이 없어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코레일의 주장인 반면 선로 운영은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민간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반론이다.
토론으로는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자 국토부는 이 문제에 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가장 뜨겁게 충돌한 대목은 민간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과 경쟁체제 도입으로 인한 요금 인하 여부였다.
대기업 특혜 의혹에 관혜 국토부 고용석 철도운영과장은 "민간으로부터 코레일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고 임대료도 적정 수익률 이상은 모두 회수한다는 게 국가 방침"이라며 "민간 기업이 들어와 영업을 잘 못하면 파산할 수 있고 평가를 통해 퇴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혜는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레일 차경수 여객계획처장은 "국토부에서는 `새로운 운영자가 들어오는 게 목표`라서 수서발 KTX 사업자 선정에서 코레일을 배제한다고 말했다. 경쟁체제라면 코레일이 잘 할지, 민간 운영자가 잘 할지 비교하는 게 맞지 새 운영자 진입 자체를 목표로 한다니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서비스 요금 문제에서는 영국 등 철도 민영화를 도입한 외국 사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코레일이 경쟁체제를 도입한 영국의 장거리 노선 운임이 2.4배 올랐다는 점을 지적하자, 국토부는 우리나라처럼 운임상한제를 적용하는 노선만 보면 상승률이 0.2%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차 처장이 "국토부는 20%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고속철도 운임구조에서 인건비가 15%에 불과해 20%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구 정책관은 "코레일의 고속철도 운임구조를 믿을 수 없으며 민간 기업이 공사보다 효율성이 높은 게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장 앞에는 50여개 시민·노동단체로 이뤄진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공공성 강화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몰려와 "시민들의 참여를 막는 밀실 토론을 중단하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