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스티브 vs 스티브

 지난 2000년부터 회사를 이끌며 매출 3배, 이익은 2.5배 끌어올린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도 아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의 CEO라면 ‘미다스의 손’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다.

 주인공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다. 경영 실적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수치지만 정작 그의 입지는 생각보다 탄탄치 않다. MS 주주들 사이에선 “돌려주는 이익이 적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일부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회사를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불평 차원을 넘어서 발머의 신뢰가 떨어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해 11월 MS 주주총회에서 9명의 이사진 신임 투표가 이뤄졌다. 빌 게이츠 회장을 비롯한 8명의 이사는 99% 찬성을 받았지만 발머는 92%에 그쳤다. 해지펀드 측은 “발머의 존재가 주가 상승을 막는다”라고 비판했다.

 발머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은 또 다른 스티브,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 탓이 크다. MS의 스티브가 회사를 3배 키우는 12년 동안 애플의 스티브는 14배나 급성장시켰다. 이익 차이는 2.5배와 33배로 벌어진다. “같은 스티브인데 왜 이렇게 다른가”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잡스는 공식 자서전에서 발머를 가혹하게 평가 절하했다. 그는 “영업 출신이 회사를 좌우하면 개발 인력을 홀대한다”라며 “발머가 CEO인 MS가 대표적 사례가”라고 평가했다. 잡스는 “발머가 경영하는 한 MS는 변화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발머도 평범한 CEO는 아니다. 동작인식 게임기 키넥트로 닌텐도 아성을 무너뜨렸고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 인수도 성사시켰다. 자동차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선 도요타와 손을 잡았다. 신제품 윈도8로 PC의 틀을 깨고 스마트패드와 TV까지 윈도 신화를 재현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IT 업계의 스티브는’이란 질문을 던지면 누구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절정기에 생을 마감한 잡스의 존재감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발머의 별명은 ‘패튼 장군’이다. 치밀한 작전으로 경쟁자를 초토화시키는 그가 ‘IT 업계의 또 다른 스티브’ 자리에 오를 지 벌써 궁금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