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서남표 총장 사퇴여부를 둘러싼 총장-교수협 간 갈등이 교과부, 이사회까지 얽히면서 논란의 불씨가 확산되고 있다.
24일 KAIST에 따르면 교수협의회와 이사회, 교과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서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서 총장 측도 ‘사퇴불가- 법대로’라는 배수진을 치고 맞대응하면서 다음 달 7일 예정인 KAIST 이사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교과부 인사 개입 논란=대학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가 KAIST 총장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서 총장 자진사퇴 압박 여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교과부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과부 L씨(국장급)가 지난해 말 KAIST 고위급 인사를 불러 서 총장 퇴진을 종용하는 내용의 4개 항목이 적힌 A4용지에 사인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지난 11일 광주 GIST에서 열린 ‘5개 과학기술특화대학 총장 협의회’ 이후 L씨가 다시 서 총장을 불러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이 서 총장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L씨 측은 “서 총장 사퇴에 관여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사회 이사 4명 임기 만료=총 1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이사 가운데 3명이 지난 13일부로 임기가 끝났다. 나머지 1명은 대학교수 발령을 이유로 사퇴의향을 전달해 15명의 이사 가운데 4명이 교체된다. 오는 4월에도 3명의 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오는 2월7일 열릴 이사회에서는 새로운 이사 선임을 포함해 서 총장 해임안도 상정될 것으로 알려져 중도에 사퇴한 ‘제2 러플린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 측이 맡는 당연직 이사 3명을 포함, 과반수가 서 총장에 불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오명 이사장도 최근 서 총장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엔 지난해 10월 열린 이사회가 서 총장의 개혁안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서 총장 배수진…“개혁 안 멈춰”=서 총장 측 입장은 단호하다. 이사회에서 법대로 결정하되 해임이유를 명확히 해달라는 입장이다.
서 총장은 “자진사퇴할 경우 교수들이 총장을 흔들어 쫒아내는 게 러플린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라며 “다음에 올 총장도 교수들이 맘에 안 들어 흔들어 댄다면 또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총장은 이를 선택하는 방법 밖에 없어 KAIST의 가장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심으로 이사장이나 주무부처가 나의 퇴진을 원한다면 떳떳하게 이사회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총장 해임사유를 밝히고, 법과 절차대로 하는 것이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는 유일한 방향”이라며 “KAIST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