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과연 모든 일상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가 보는 것, 듣는 것, 느낀 것, 방문한 곳, 주고받은 이메일, 진료기록, 쇼핑내역 등이 모두 저장되어 필요한 때에 활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큰 노력 없이 일상을 저렴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되면서 ‘라이프로깅(life logging)’ 시대가 열릴 것이다.
20년 전 친구가 생일 맞은 친구를 위해 그의 일상을 카메라로 기록해 선물로 줬던 일이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친구를 따라다녀야 했다. 하루 동안 그가 만난 사람들, 다녀간 공간, 읽었던 책 등이 카메라에 기록되었다. 비록 대화 내용이 담기지 못했지만 그의 일상이 담긴 훌륭한 기록이었고 좋은 선물이었다.
이제는 자신이나 친구의 고된 노력 대신 자동으로 일상을 기록해주는 장치를 활용하면 된다.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래에는 셔츠의 단추라든가, 모자나 장신구 등에 카메라를 달고 위치 추적기 같은 기기를 설치해서 일상을 저장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도구와 전자기기들에 내장된 다양한 감지기들은 개인 감지기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이것으로 나와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빠짐없이 저장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났다면 여행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 처음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동하면서 생긴 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작은 에피소드, 그리고 출국할 때까지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자신만을 위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라이프로깅이 가능한 것은 큰 노력 없이도 일상의 많은 부분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 이메일, 휴대전화, PDA는 우리의 일상을 디지털로 기록해내는 기기며 여기에 이동성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개인 디지털 자료를 저렴하게 저장할 수 있고 저장된 자료를 검색하고 분석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고든 벨은 「디지털 혁명의 미래」에서 사회가 완전한 기억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고 완전한 기억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가 10년 이내에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라이프로깅 시대에는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잘 활용한다면 우리의 삶은 유익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다. 작업 습관, 여가와 소비 습관, 다양한 상황과 특정 사람에 대한 감정, 정신과 신체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TRC 조광현센터장 h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