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코드분할다중접속), DRAM, TDX(전전자교환기), 지상파DMB, 와이브로….’
IT 국가대표를 자임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스마트폰을 선도하는 4G LTE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LTE-어드밴스트도 모두 ETRI 주도로 대, 중소기업이 참여해 개발했다.
올해는 현재보다 1000배 빠른 5세대 지식통신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등 미래 먹거리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조직도 임무수행형 강소조직으로 개편하며, 3개 전문 연구소와 5개 전문 연구단을 출범시켜 놨다.
취임 3년째를 맞는 김 원장은 “거버넌스 개편이라는 짐도 앞에 놓여 있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책임을 피하진 않을 계획”이라며 “IT신화는 계속된다”는 말로 새해 포부를 밝혔다.
▲올해 정부의 출연연 거버넌스 추진으로 조직 변화가 예상됩니다. 대응책은.
-지난 1일부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내놓은 ‘출연연 선진화 방안 추진 계획’에 따라 ‘임무수행형 연구조직’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3개의 전문연구소’와 ‘5개의 전문연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앞으로 부여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했는지의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할 방침입니다. 3년 단위로 임무수행형 조직의 운영성과를 종합심의하고, 연구부문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후보조직과도 비교하는 절차를 거쳐 필요할 경우 신설·폐지·조정 등을 할 수 있는 ‘3단위 조직개편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 지원 성과와 올해 주요 중소기업 지원책은.
-연구 인력을 산업 현장에 파견하는 ‘상용화 현장지원사업’과 관련해 지난 한해 112개 업체에 266명의 연구 인력을 파견했습니다. 중소기업 애로기술도 111건을 지원했습니다. 시험·장비 지원 671건, 중소기업 기술상담서비스 362건, 테스트베드 지원 89건, 사업화 추가개발 11건 등도 지난해 기업 지원 성과입니다.
올해부터는 상용화 현장지원을 DNA화할 것입니다. 연구개발자라면 누구나 1년에 1개월 정도는 개발 기술의 1차적 수요자인 중소기업에 파견·지원하도록 할 것입니다. ‘내가 개발한 기술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무한 책임의식을 모든 연구원들에게 심어줄 것입니다.
이와 함께 ETRI가 보유한 시험환경, 장비, 시설 등 인프라 관련 정보를 중소기업과 공유하고 공동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합니다.
최근 본격 운영에 들어간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를 기반으로 중소·중견·벤처 기업 대상 연구개발, 제품 기획 및 생산, 판로개척 등 기업 생애 전 주기를 한 곳에서 일괄 지원하는 ‘원스톱(one-stop), 원루프(one-roof)’ 지원 서비스 안착에도 공을 들일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출연연 사상 첫 출범한 기술지주회사 ‘에트리홀딩스’의 향후 운영 계획은.
-그 간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신속한 사후조치와 책임경영 체계 구축 등 경영개선 안을 도출할 것입니다.
향후 ETRI는 에트리홀딩스의 기술·사업 투자 및 인큐베이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자를 통한 외부 연계펀드를 확보합니다. 외부 펀드매니저 역량도 아웃소싱해 전문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내부 역량 강화와 조직체계도 정비합니다. 직원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 또는 외부 전문인력 아웃소싱을 추진합니다. 성과 중심형 과감한 조직개편 및 전략적 조직 운영체계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SW 역량 강화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올해 ETRI의 SW 조직체계 및 R&D는.
-SW 연구조직을 ‘빅데이터소프트웨어연구소’ ‘SW-SoC융합연구소’ 등 강소형 전문조직으로 탈바꿈했니다.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연구소’는 그간 디지털화 및 정보화를 통해 구축된 막대한 정보를 실시간 관리하고 지식으로 가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물론, 소셜미디어 실시간 분석과 예측, 맞춤형 보건·의료, 스마트그리드 등 지능형 사회 인프라에 필요한 실시간 의사결정 등에 개발 기술을 적용하는 등 분야 간 거대융합을 실현할 것입니다.
과제로 보면 자동 통·번역 기술을 자연스러운 대화 수준까지 발전시킬 것입니다. 우선은 올해 ‘자동통번역연구센터’를 설립합니다.
임베디드SW와 SoC(시스템온칩)를 하나의 강소형 융합조직으로 묶은 ‘SW-SoC융합연구소’에서는 향후 임베디드SW와 SoC로 분절된 산업구조를 임베디드시스템 산업으로 엮어낼 것입니다. 설계에서 개발, 시험, 생산에 이르는 전주기 지원체계도 갖출 것입니다.
▲올해는 이동통신 3사 간 LTE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TE-어드밴스트와 와이브로 어드밴스트 등에 대한 기술 개발 계획은.
-LTE-어드밴스트 부문에서는 국제 표준인 3GPP 릴리스10 규격을 반영한 상용 기지국 장비 및 단말 출시가 이르면 내년 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 한국, 미국 등 이동통신 선도국가 트래픽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개시되고 2014년부터 본격 확산될 것입니다.
지식 통신망으로 불리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과 관련해서는 오는 2020년, 현재보다 최고 1000배 빠른 이동통신을 구현할 계획으로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오는 2, 3월께 포럼 형태의 조직을 구성합니다.
와이브로-어드밴스트는 오는 2월까지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상용화 관련 연구개발도 준비 중입니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와이브로서 LTE로 전환했고 중국은 TD-LTE 육성을 추진 중입니다.
돌파구는 초고속 데이터통신서비스에 있다고 봅니다. 시장 니즈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에그(Egg)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진 무선 라우터 서비스나 대학캠퍼스 및 사업장(와이브로 조선소, 병원) 내에서의 무선 초고속 인터넷접속서비스가 실제 시장진출 사례입니다.
버스나 기차, PC방, 렌터카, 모바일 CCTV, 내비게이션 탑재 등도 유망 사업으로 판단됩니다. 이밖에 현재의 와이브로처럼 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우회 망으로의 중추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IT가 자동차와 결합하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ETRI 전략은.
-올해부터 메가 프로젝트(대형과제연구) 일환으로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위한 융합 코-파일럿 시스템 개발 사업’을 추진합니다. ‘Z-카’프로젝트로 이름 붙였습니다. 자동차는 이제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원천기술 확보와 독자 OS(운영체계)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해외부문 특허소송의 진전과 성과,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난 2008년 ETRI가 보유한 3G 표준특허 침해 소송을 미국서 제기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법원으로부터 결과가 가려질 것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ETRI는 로열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특허침해기업을 대상으로 추가소송 진행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기가코리아 진행정도와 새로운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면.
-오는 2020년까지 1조4000억원이 투입될 기가 프로젝트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술성 평가를 1위로 통과한 뒤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국가 R&D사업으로 확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1Gbps기반의 실시간 실감 미디어가 구현될 것입니다.
ETRI는 이와 함께 공을 들이고 있는 과제가 스마트기기의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UI(유저 인터페이스)/UX(유저 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개발입니다. 이를 올해의 새로운 메가 프로젝트로 추진합니다.
단순한 기능제어가 아닌 사용자에게 편이성과 만족감을 전달하고, 나아가 사용자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관리되는 개념입니다. 음성인식과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 및 감성정보 처리기술 등을 결집해 다양한 스마트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UI/UX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신 메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모터 구동 기술과 안전성·편리성이 확보된 IT융합 자동차 기술 및 통신기술 등 교통 인프라가 연구대상입니다.
◇김흥남 원장 프로필
▲1956년 2월생
▲학력사항
-경북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미국 볼주립대 전산학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전산학 박사
-미국 MIT 경영학(전략&혁신) 자격증
▲주요경력
-2009~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2011~현재 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장
-2011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2010 대한임베디드공학회장
-2009 ETRI 스마트그리드 기획 TF팀장
-2008 미국 MIT RLE(전자공학연구실) 초빙연구원
-2008 ETRI 기획본부장
-2005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2004 ETRI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연구단장
-2004 ETRI 혁신위원장
-1998 ETRI 내장형 SW연구팀장
-1983 KIST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