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가 리서치인모션(RIM)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던 대만 HTC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노키아, RIM 등처럼 스마트폰 시장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TC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무려 26%나 급락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온 매출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4분기 순익은 전년의 148억대만달러(NT$)에서 110억3억6400만대만달러로 줄었다. 분기 실적이 감소한 것은 2년만에 처음이다. 매출도 전년 4분기의 1033억대만달러에서 1014억대만달러로 2.5% 감소했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 ‘아이폰4S’가 출시되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HTC는 아이폰4S가 출시된 지난해 10월 미국 시장점유율이 70% 이상 급감했다.
문제는 이같은 하락세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HTC에 부품을 공급 중인 업체 관계자는 “올들어 부품 공급량이 20% 가량 줄었다”며 “1분기에도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안드로이드폰 시장 1위를 지키며 승승장구하던 성장세가 제동이 걸리면서 급속히 추락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 50%로 1위를 달리던 RIM이 2년만에 10%대로 무너진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HTC의 위축이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고 애플을 빠르게 쫓아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HTC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안드로이드폰인 ‘G1’을 내놓았고, 구글의 첫번째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을 출시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이 하드웨어 혁신으로 추격하고, 애플이 혁신적인 ‘아이폰4S’로 반격하면서 선점효과가 점점 반감되고 있다.
IDC 윌 스토피거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시장은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는 시장인데 HTC의 스마트폰은 대단한 기기이기는 하지만 혁신의 측면에선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