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

[북스 클로즈업]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

요즘 정치권에서는 ‘무상’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선심성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그리고 반값등록금에 이르기까지 온통 선심성 공짜 얘기로 가득하다. 이 같은 무상시리즈가 오는 4월과 12월 각각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서민들의 표를 얻어보겠다는 정치권의 얄팍한 발상에서 나왔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무분별한 복지시혜를 앞세워 세계 일류 복지국가임을 뽐내던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이 복지 포퓰리즘이 가져다준 재정위기로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우리는 매일같이 미디어를 통해 직시하고 있다. 재정여건이 뒷받침되지 않고 국가부도에 직면한 상황에서 복지의 단맛을 잊지 못하는 국민들은 밤낮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예전의 복지를 돌려달라며 아우성이다.

 복지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이다. 다소 애매하다. 이 때문에 온갖 ‘토’를 단 복지용어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기에 무상복지라는 개념까지 나와 국민들의 공짜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무상이 아닌데 무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의 머릿속에 복지에 대한 개념과 철학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무상복지에 들어가는 재정은 1년에 최하 60조원이 넘는다. 인기영합주의자들은 세금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세금을 내라고 하지도 않는다.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권을 차지한 후 집마다 새로운 항목의 세금고지서를 발송하면 그만이다. 무상복지가 세금복지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지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정치인들의 비현실적인 공약은 넘쳐난다. 온갖 달콤한 말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타까울 정도로 애쓴다. 이런 정치적 상황 가운데 출간된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은 포퓰리즘의 문제점을 현실감 있게 담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포퓰리즘의 폐단을 지적하는 한편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국가적 재앙까지 예측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포퓰리즘이 얼마나 무서운 망국병을 초래하는지 일깨우고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를 농락하는 구호를 접고 성장복지로 나아가는 현실적인 밑그림을 그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기존 포퓰리즘 관련 서적들이 이론적 연구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시사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서문에서 “역대 정권의 포퓰리즘 행태는 국민의 삶을 더욱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해과 관심 부족으로 정치권의 유혹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이전 정권들이 행했던 포퓰리즘 공약으로 인해 현재 국민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포퓰리즘이 얼마나 무서운 사회적 병폐를 불러오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임중연 지음. 세종미디어 펴냄. 가격 1만2000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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