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을까?
최근 산업화, 도시화, 기후변화, 인구증가, 식량·물·에너지 등 자원 고갈을 비롯해 생태계 교란, 질병,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인류의 삶의 질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전개되는 가운데, 과학기술 관점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같은 활동을 통칭하는 단어가 바로 ‘지속가능과학’이다.
◇지속가능과학이란=지속가능과학(Sustainability Science)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 속에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지속가능형 글로벌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다. 환경, 사회, 경제, 과학기술 등 전방위적 혁신 체제를 연구한다. 지속가능과학에 관한 공식적 논의는 지난 1987년 ‘환경 및 발전에 대한 세계위원회(WCED)’에서 이뤄졌다. 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역량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과학은 지구촌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탄생된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통섭적 융합과학이다. 연구 대상은 인류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문제들이며 이들에 대한 최적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연구한다. 기존 과학 분야가 대부분 포함되며 경제, 인문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특징이다.
◇개별 학문으로 자리잡아=지속가능과학이란 분야가 아직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개별 학문분야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지난 2000년 국립과학재단(NSF) 지원으로 하버드대학 캐네디스쿨에서 ‘지속가능과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후 애리조나주립대학, 위스콘신대학, UCLA 등을 비롯한 30개대학에서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들 대학에서 교육하는 지속가능과학 분야는 다양하다. 지속가능자원 분배, 인류학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지속가능한 생태계 설계, 지속가능성과 기업, 지속가능한 도시 역동성, 지속가능한 물,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원자재 사용, 식량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등의 주제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과목에는 환경, 경제, 사회 분야 지식도 융합돼 있다.
영국 서섹스대학, 일본 동경대학에서도 최근 이 과정을 개설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를 ‘지속가능 발전교육을 위한 10년’으로 규정하고 지속가능과학 도입을 장려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지속가능발전법’과 시행령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는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통해 대처 중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이 도입되진 않고 있다.
◇지속가능과학 체계 세울 때=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최근 국내사회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지속가능과학에 대한 관심을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한림원은 “정부는 지속가능발전법과 그 시행령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을 추진 중이나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지속가능과학의 국내 도입을 위해 △지속가능발전 저해요인 파악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수립 △‘지속가능과학 교육프로그램’ 시범 실시와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 관련 조사연구 △‘지속가능과학 인재양성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은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대학에 프로그램 준비와 시범적 운영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선진국 지속가능과학 교육과정 운영실태 조사, 교육과정 도입과 관련된 제반 제도적 여건 조사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거시적 관점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흩어진 학문이 아닌 융합연구로 지속가능과학 토대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