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에 해당하는 신형 캠리가 출시됐다. 캠리는 2009년 토요타 브랜드의 한국 진출과 함께 소개된 주력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토요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차다. 차급을 따지면 쏘나타급 중형차이지만 국내시장에서는 배기량과 가격 등의 측면을 고려해 그랜저의 경쟁모델로 거론되곤 한다.
기존 6세대 캠리는 데뷔 후 몇 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출시된 탓에 그랜저는커녕 쏘나타와 비교해도 뒤쳐지는 모습들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혁신적이라 할 만큼 젊어진 쏘나타와 달리 실질적인 수요층인 중장년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무난함을 가진 것이 오히려 무기로 작용했고, 결국은 모델체인지가 임박했던 지난해에도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어 명성을 재확인 시켰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난 가을부터 모델체인지가 시작된 주력 시장, 미국에서는 2011년에도 승용차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제 10년 연속이다.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와 천재지변도 캠리를 어쩌지는 못했다. 이쯤 되니, “최신 캠리의 경쟁모델은 바로 이전 세대 캠리입니다.”라는 토요다 아키오 일본 토요타자동차 사장의 말이 그저 손발이 오그라들 자부심의 표현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신형 캠리는 ‘신형 같지 않은 첫 인상’이 특징이다. 굳이 차체 길이와 엔진, 변속기가 이전과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기존 모델의 이미지를 최대한 고수하려 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무난한 차가 많이 팔린다던 예전의 법칙을 재확인하려는 듯하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세부적인 부분들은 꼼꼼히 업그레이드를 거친 모습이니, 이것이 다시 한 번 캠리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3가지 디테일’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내는 여전히 점잖지만 한결 시원시원하고 명쾌해졌다. 이전보다 젊은 세대들까지 공감하게 만들 법하다. 얼핏 보면 바느질이 들어간 가죽마감이 렉서스 마냥 고급스러운데, 만져보면 플라스틱 눈속임. 어쩔 수 없는 대중 차의 재질감이다. 그래도 사양은 많이 좋아졌다. 이제 키만 소지하고 있으면 도어를 열고 시동을 걸 수 있으며, 갑갑했던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국내 실정에 맞게 새로 개발된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이전보다 3개를 늘려 동반석 무릎 쪽까지 총 10개를 챙긴 에어백도 든든하다. 머리 위나 무릎 주변 등 여유 공간도 만족스럽다. 차체 크기는 그대로이지만 깎을 수 있는 부분을 더 깎아 체감 실내 공간을 넓혔다.
이전과 동일한 2.5리터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은 요즘 대세처럼 받아들여지는 직분사 방식으로의 진화를 거부했지만 출력과 연비가 조금씩 나아졌다. 자동변속기는 6단. 시속 100㎞에서는 1,700rpm정도의 낮은 회전수를 가리킨다. 구동계의 소음이 정숙해 오히려 바람 소리가 두드러지는 수준이다. 시승 내내 성인 남자 세 명이 타고 움직였지만, 너끈한 힘과 무리 없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의 적용과 함께 조향 기어 비를 키워 반응성을 높였고 휠 사이즈도 17인치로 키웠지만 여전히 스포티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승차감에 무게가 실려 있다.
국내 수입 물량이 일본산에서 미국산으로 바뀐 신형 캠리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3,390만원으로, 2009년 첫 출시당시 보다도 100만원이 낮아졌다. 이전보다 사양이 좋아진 점이나 국산차들의 체감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높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신형 캠리의 올해 판매 목표를 6,000대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의 3배에 해당한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