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가 경쟁적으로 게임규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게임 이용에 따른 혼란방지와 산업육성 차원에서 게임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 조정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 업계는 이중·삼중규제 처방을 부처별로 내놓기보다는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강제적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한 데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까지 게임 규제에 가세, 부처 간 헤게모니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게임산업이 사상 유례없는 ‘삼중 규제’ 장벽이 쳐지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주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방문,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적한 데 이어 ‘연령별 시간제한’ ‘쿨링오프제’ 등 게임규제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쿨링오프제는 일정 이용 시간이 지나면 5~10분간 게임 이용이 끊어지는 방식이다. 현재 학교폭력 대책을 준비하는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 관계자는 “확정안이 아니며, 다양한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내달 초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발표될 때 나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과학적으로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연관성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정부부처는 마치 학교 폭력을 게임과 연관해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 산업계는 교육과학기술부 규제안이 탁상행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학교폭력과 게임이 연관됐다는 구체적 연관성이나 뚜렷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는 어불성설”이라며 “교과부 규제안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 나오는 대로 반대 성명서를 낼 것이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이용자들도 교육과학기술부까지 게임규제에 나선 데 대해 비판적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게임규제 강국이다” “게임이 정부의 ‘규제셔틀’이 됐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화부 역시 치밀한 사전검토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규제안이 난무하는 상황을 염려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시적 성과에 집착, 합리적 대안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연령별 이용시간 제한은 이미 문화부가 시행 중인 선택적 셧다운제로 청소년 연령대까지 확대 시행 중인 내용”이라며 “여성가족부 강제적 셧다운제 성과나 규제 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또 다른 규제안을 들고 나와 정부가 중복 규제에 나서는 것은 정책 실패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의학계 역시 교육과학기술부의 규제가 선택적 셧다운제와 유사하다며, 일괄적인 게임 차단 방법은 심각한 게임과몰입 치료나 예방에 실효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이미 두 개의 규제 법안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비슷한 내용을 담은 교육과학기술부 법은 상식적으로 입법취지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부모 및 법정대리인이 이용시간을 개인별로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확대가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교수는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 성향이나 가족관계, 상황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임상학적으로 밖에 확인이 어렵다”며 “현재로서 게임중독 연구나 예방은 다 초기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이나 예단적·편향적 사고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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