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전성시대다. 지역에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해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숨어 있는 기술 기반 기업이 적지 않다. 어려움을 격기도 하고 때로는 주저앉기도 하지만, 기술 하나로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지역기업을 ‘미래를 향해 뛴다’로 소개한다.
윙쉽중공업이 하늘을 나는 배 ‘위그선(Wig Ship)’으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세계 최초로 50인승 중형 위그선 이수시험에 성공한 윙쉽중공업은 다음달 영국 로이드선급 안전인증을 거쳐 오는 4월 군산~제주 상업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윙쉽중공업(대표 강창구)은 2015년까지 부산, 울릉도 등 국내 노선 취항과 함께 중국 상하이, 일본 후쿠오카 등 근거리 해외 항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당 75억원에 달하는 위그선 제조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하늘나는 배’ 위그선 주목= 위그선은 표면효과(Wing Ground Effect)를 이용해 수면 위 1~5m에서 시속 180~250km로 초고속 비행하는 배다. 일반 선박보다 3~5배 속도가 빠르고 파도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운항하기 때문에 배멀미가 없다.
기존선박에 비해 연료 사용량이 30% 수준이라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시간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해운사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부산의 A해운은 일본 항로에 투입하는 선박을 위그선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이수 성공 동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해외시장에 알려지면서 한달 평균 20여건의 해외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꿈을 꾸는 아버지와 아들= 윙쉽중공업은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한국해양연구원에서 30년을 근무한 강창구 사장은 베테랑 연구자다. ‘도전과 창의’에 이끌려 지난 2007년 전북 군산에서 윙쉽중공업을 창업했다.
강 사장의 아들이자 서울대 조선공학과 후배인 강병재씨가 설계팀장을 맡고 있다. 위그선의 비전을 보고 아버지의 길을 함께 가고 있다.
윙쉽중공업 창업 즈음에 해양연구원 연구진 10여명이 의기투합해 합류했다. 현재 선박해양공학, 항공우주공학 전문가 30여명이 연구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대기업을 그만두고 합류한 직원도 상당수다.
◇설계·제조·운항 ‘한번에’= 배도 비행기도 아닌 전혀 새로운 교통수단을 상용화하는 일은 ‘가시밭길’이었다.
위그선은 선박 분류체계에서 빠져 있어 해운법 등 무려 7개의 법을 수정해야 했다. 정부는 상용화 지원을 위해 위그선 안전운항 로드맵을 마련하고 안전기준과 조종사 자격 등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정비했다.
윙쉽중공업은 지난 2010년 11월 해상운송사업 전담 법인인 오션익스프레스를 설립해 군산~제주 간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위그선의 설계부터 제조, 운항까지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조종사 3명을 채용, 실선 시운전에 참여해 선회반경, 운항거리 확보 등 실전감각을 익히고 있다. 또 군산 비응항에 위그선이 접안할 수 있는 접안시설 설계를 마무리 짓고 출항을 준비 중이다.
강 사장은 “위그선은 기존 고속선보다 세 배 빠른 속도와 탁월한 연비를 자랑하는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국내외 수요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위그선 연관 산업체 입지문제를 해소하고 집단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