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지 한 달을 넘기면서 표면상으로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전략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9개 자산운용사가 출신한 12개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2700억원으로 지난달 18일 1500억원 대비 1201억원이 증가했다. 출시 한달새 80% 가량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설정액이 아직 작지만 초기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시장 초기라 개인투자자 참여가 낮고 중권사나 운용사가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헤지펀드 운용성과가 나오는 내년쯤돼야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출시되는 헤지펀드 상품에 대해서는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운용사의 전략은 롱숏전략에 국한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며 “보다 다양화된 운용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개 펀드 가운데 11개는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다. 그만큼 닮은꼴 펀드를 양산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롱숏은 가격이 올라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 하락이 예상되면 공매도해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 전략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큰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낼 수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롱숏 전략만으로 헤지펀드의 절대 수익추구 취지 달성이 쉽지 않다”며 “롱숏 전략은 주식시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녀 증시가 급변하면 수익률은 주식시장 흐름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성격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실제 글로벌 헤지펀드의 현재 전략별 투자비중을 보면 주식 롱숏 전략이 31%로 가장 많지만 최근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헤지펀드 역시 다른 전략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참여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의 헤지펀드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존 금융상품의 자금이탈이 생각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연기금 이외 다양한 기관투자자 참여가 헤지펀드 시장의 연착륙에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이에 따라 운용사의 진입장벽 규제완화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서 연구위원은 “시장 초기에 진입장벽을 낮춰도 소규모 헤지펀드가 난립할 가능성은 낮다”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제도 개선으로 시장경쟁을 유도하면 다양한 유형의 헤지펀드가 등장해 이 과정에서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인적·물적 자원 혁신이 이뤄져 국내 금융시장의 체질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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