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교수의 창조정신 후츠파로 일어서라]<10 · 끝>후츠파의 배를 타고 블루오션으로 출항하라

 손발에 의존하는 산업사회 파고를 넘어선 두뇌 집약적 지식경제 사회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경제 파이가 노력한 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설령 조금씩 파이가 성장한다 해도 일자리가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 창조적인 소수가 대중이 만들어내는 규모 이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제 육중한 늙은 소의 젖은 말라가고 있다. 미래의 우유 생산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목장에서 끊임없이 젊은 송아지가 태어나야 한다.

 

 그간 미국 상위 10% 소득자 수익은 하위 10% 극빈자 열 배 수준을 유지해왔다. 2011년 5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하면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그 격차는 12배로 벌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경제 활력이 강한 이스라엘은 15대 1 수준으로 악화돼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으로 우려스러운 것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지식형 구조로 자연스럽게 진화해 가는 징후로 여겨진다.

 하지만 상위층의 무한 성장이 피폐해지고 있는 하위층에 기인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선진형 지식경제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목장에 새로운 송아지가 탄생하듯 끊임없이 창업이 이뤄지는 ‘창업경제’로 진화해야 한다. 미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일자리는 5년이 안 된 기업이 만들어 냈다. 역으로 해석하면 기업이 창업한지 5년 이상이 되면 일자리를 줄이는 단계로 접어든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위기 국면에서 단 한 개의 은행도 문 닫지 않은 나라, 이스라엘의 비결은 끊임없는 일자리 창출에 있다. 은행이 건실하다는 것은 경제에 거품이 없다는 의미다.

 2차 대전 후 독립된 자주국가 중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만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었다. 양 국가의 공통점은 전통적으로 교육열과 종교적 혹은 민족적 자존심이다.

 우리의 끈질김과 빨리빨리, 그리고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은 서로 비슷한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점이 많다. 지금까지 연재한 후츠파 정신에 담긴 일곱 가지 처방을 다시 한 번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무형의 질서(Informality), 당연한 질문의 권리(Questioning Authority), 섞이고 섞여라(Mash up), 위험 감수(Risk Taking), 목표 지향성(Mission Orientation), 끈질김(Tenacity),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Learning from Failure)이다.

 이 일곱 가지 처방전 중 끈질김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가지는 문화적인 요인이나 사회적 전통, 입시 위주 편협한 교육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리 국민에게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행히 우리에게 별로 처방된 적이 없는 약들이기에 잘만 복용한다면 약효가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단지 이 처방전들은 사회, 제도,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 도사린 고질적 합병증을 함께 치료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형식적이지 않고, 누구나 마음을 열고 질문하며, 남이 하는 일도 스스럼없이 들여다보며, 위험은 인정해주고 그에 따른 실패도 거기서 배운 것이 있다면 용인해주는 사회로 기를 잃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을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 비옥한 디지털 토양과 최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패기를 앞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자원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스라엘의 5배 국토와 풍부한 물, 그리고 7배나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세계 누구도 따를 자 없는 ‘빨리빨리 문화’의 효율성을 덤으로 갖추고 있다. 다음 세대 국가 지도자들은 이 점을 잘 헤아려 웅크리고 앉아있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미국 벨연구소에서 창업국가를 번역하는 동안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통계자료에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미국을 제외한 나스닥 상장사 40%가 이스라엘 기업, 히브리대학 연간 특허수익이 1조2000억원, 750만 인구가 만들어내는 창업 수가 유럽전체와 동등한 수준, 세계 3위 지식자본국가 등.

 그러나 이 모든 통계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1945년 이스라엘 독립 당시 25세 청년이었던 그는 벤구리온 초대 수상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는 지금까지 63년 동안 전 부처의 차관과 장관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거쳤으며 두 번씩이나 수상을 역임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5평 남짓한 집무실에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젊은 창업자들에게 멘토로서 역할을 자임하며 투자자와 벤처의 가교역할을 하는데 시간의 50%를 할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는 새로운 국가경영의 기틀을 만드는 해이기도 하다. 오늘까지 10회에 걸쳐서 연재된 ‘창조정신 후츠파로 일어서라’에서 전달된 메시지가 청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음 정부 기틀을 잡는데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대인의 창조정신 후츠파에 의하면 여러분 모두에게는 ‘질문의 권한’이 있다. 언제든 내 이메일은 열려있음을 알려드린다.

 윤종록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jonglok.y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