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점 휘발유 값 상승폭 75원, 평균의 배 가량
알뜰주유소 1호점이 문을 연 지 29일로 꼭 한 달째를 맞았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경동알뜰주유소는 개점 초기 휘발유를 ℓ당 100원 싸게 공급해 고객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현재 유가 고공행진에 기름값이 오르자 주변보다 높은 휘발유 값 상승폭을 보여 `알뜰하다`는 명칭이 무색하게 됐다.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 수를 확대할 방침이지만 알뜰 및 일반주유소 간 가격 차이 축소, 카드사 할인 시스템 구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1호점 휘발유 값 75원 올라…평균 배 가량 = 29일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경동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918원이다.
용인시 처인구 주유소(96개)의 평균 휘발유 가격(1천982원)보다 64원 저렴하다.
개점 첫날 경동알뜰주유소는 ℓ당 1천843원으로 처인구 주유소의 평균(1천944원)보다 101원 쌌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경동주유소와 처인구 주유소들의 평균 휘발유 값 차이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경동알뜰주유소의 한 달 간 상승폭은 75원으로 처인구 주유소 평균 상승폭(38원)의 배 가량이었다.
개점 초기만 해도 경동주유소는 처인구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가장 싸게 팔았지만 현재는 양지주유소(1천918원)와 같은 가격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경유 가격은 ℓ당 1천765원으로 양지주유소의 1천759원보다 오히려 비싸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전국 주유소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34드럼(1드럼은 200ℓ가량)이지만 알뜰주유소 1호점은 160드럼 가량 된다"며 "판매 물량이 많아 유가 상승기에 다른 주유소보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빨리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뜰주유소에 카드사 할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알뜰주유소가 결코 `알뜰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알뜰주유소 확대…풀어야 할 숙제도 = 물론 알뜰주유소의 등장으로 주변 주유소의 가격이 하락하는 순기능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늘어날 알뜰주유소가 순항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재 이란 제재 등으로 국제 유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제품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의 가격 격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야심차게 알뜰주유소 정책을 내놨지만 유가 고공행진 앞에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기름을 대량으로 싸게 사들이고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 주변 주유소보다 ℓ당 최대 100원 낮게 팔겠다는 알뜰주유소의 취지가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음 달 초순 서울 시내에 알뜰주유소 2호점이 영업을 개시한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일반주유소보다 싸게 제품을 공급해온 농협 주유소 확대와 일반 주유소의 전환 유도 등을 통해 알뜰주유소를 7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경동이 사회공헌을 위해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는 알뜰주유소 1호점과는 달리 새로 생겨날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폭이 소비자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일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원활하게 전환될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농협 NH주유소와 도로공사가 임대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은 알뜰주유소로 쉽게 전환되겠지만 나머지 주유소들은 정유사와의 기존 계약과 옵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할인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경부는 올해 1분기 중 일반 신용카드 할인폭의 배 수준인 ℓ당 120원을 할인하는 알뜰주유소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